굿잡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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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모연희는 사채업자의 압박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로 쉬지 않은 생활을 하던 중 사채업자가 소개해 준 청소 부일을 시작한다. 미래 클리닝이라는 이름이나 회사 외관도 그리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수중에 있는 돈은 3천 원 남짓. 결국 그녀는 하루 일을 해보기로 결정한다. 김 여사가 건네주는 방독면과 청소 복장과 청소도구를 싣고 봉고차를 타고 출발한다. 미래 클리닝의 직원이라고 해봤자 듀스 마니아인 김성수와 뭔가 까칠해 보이는 김 여사. 사장 장교동이 전부다. 허름해 보이는 여인숙이 오늘의 일터. 청소북을 갖춰 입고 들어서자마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그들이 하는 청소 일은 불법을 저지르다 죽은 사람들의 뒤처리를 하는 일이었다. 이런 불법적인 일을 선택한 이유는 수당 때문이었다. 하루 일당이 40만 원(당시 대기업 초봉이 120만 원일 때였다.). 과거 연희는 동생과 낙원 쇼핑센터에 갔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동생 홍은을 잃었다. 그 일로 엄마는 정신을 놓아버렸고, 연희는 늘 죄책감에 살고 있다. 같이 일하게 된 성수 역시 그날 그곳에서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었다. 왠지 동병상련을 느끼게 된다. 사실 미래 클리닝을 비롯한 전국의 60개의 청소회사들이 사람이 죽은 장소를 치우는 일을 한다. 이들을 청소부라고 부른다. 협회는 각 구역을 나누어서 각 청소회사에 일을 봐준다. 철저히 불법적이고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의 사체만 처리한다. 우선 거래가 들어오면 교동이 견적을 받고, 출발한다. 보통은 가맹점이라고 부르는 장소에서 뒷골목 거래를 하는데, 그러다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그 지역 청소회사로 연락을 한다. 그리고 청소부들이 현장을 치우는 것이다. 도착하면 우선 교동과 성수가 사체를 큰 가방에 넣고 황천이란 곳으로 보내서 처리한다. 김 여사는 혈흔을 지우기 위해 특수용액을 뿌리고, 연희는 지문을 뜬다. 그렇게 각자 맡은 역할을 하게 되면 그날의 업무는 끝! 어느 날 갑자기 장 사장이 일본으로 간다. 형님의 부고 소식 때문이었다. 그러자 옆 지역 실로암 실없이 사장 장교동이 부재중인 상황을 틈타 훼방을 놓기 시작한다. 대놓고 시비를 걸고, 차를 망가뜨리고, 사고를 위장하면서 말이다. 결국 참지 못한 성수는 실로 아무 실업 깡패들과 싸움을 하다가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나타난 장 사장은 협회에 증거자료를 제출한다. 그 증거자료를 얻기 위해 성수는 자신의 몸으로 부딪친다. 사장 장교동을 믿기 때문이었다. 과연 장교동은 믿을만한 사람일까? 그러던 어느 날, 성수가 죽음을 맞이하는데...

암흑세계의 거래이기에 잔인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 세계도 자리다툼이 끝없이 일어난다. 협회가 있다곤 하지만, 전체를 관리해 주기보다는 그저 분란을 임시방편으로 수습해 주는 정도 밖에는 힘을 행사하지 못한다. 물론 조항도 있고, 체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물론 이곳에도 불황은 있다. 소설 속 배경이 IMF 인지라 외환위기로 얼어붙은 경제의 모습이 이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알만한 사건들을 돌려서 표현했지만 읽어보면 누구나 알만한 사건이다. 피해자가 있고, 죽은 사람들이 있지만 책임을 진 사람은 없다는 실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소설 속의 고스란히 드러난다. 바로 옆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죽었음에도 대놓고 감정적 동요를 일구지 못하는 상황이 그들이 하는 일만큼이나 소름 끼친다.

그나저나 연희는 자신의 바람대로 자신 소유의 집에서 살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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