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철도라... 사실 전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물론 차례대로 읽으면 등장인물들이나 그 밖의 이야기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기 한결 편하긴 하지만, 다행히 전작(펭귄 철도 분실물 센터)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책 속에는 4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의 이야기지만, 단 하나의 연결고리는 분실물 센터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지선 종점에 있는 바다에 둘러싸인 역인 우미하자마역에 있는 유실물 보관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펭귄이 머물고 있는 역이라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명물이라면 유실물 보관소의 직원인 빨간 머리의 역무원 히지리다. 우미하자마역의 분실물 센터는 비밀의 문 같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서 처음 찾는 사람은 펭귄 때문에, 그리고 빨간 머리 역무원 때문에, 마지막으로는 안 보이는 문 때문에 놀란다.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있다면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소설 속에서도 펭귄 때문에 일부러 펭귄이 등장하는 역을 들르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니 말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4개의 이야기는 모두 2월 15일 하루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모히칸 머리의 등장인물들이 교묘히 겹쳐진다는 사실. 나 역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한번 지하철에 뭔가를 두고 내린 적이 있었다.(사실 두 번이라지만, 한 번은 핸드폰을 도둑맞은 상황이었으니... ㅠ) 물론 당시 잃어버린 물건이 중요한 물건이 아니었기에, 아마 분실물 센터가 아닌 쓰레기장으로 갔을 듯싶어서(무릎담요와 세탁을 위해 회사에서 사용하는 걸레를 쇼핑백에 들어있었다.) 찾지 않았지만 말이다.
부모의 결혼으로 갑작스럽게 가족이 되었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3년여 만에 다시 남남이 될 동급생 남매의 이야기, 초등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다른 지역 학교 진학을 원했지만 결국 실패한 왕따 오빠와 오빠를 따라나선 여동생의 이야기, 그리고 그리 좋은 이미지로 등장하지 않는 모히칸 머리를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흥미롭기도 하지만 또 잃어버린 무엇과 함께 잃어버린 감정과 소중한 기억들까지 되찾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린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년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았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남매가 헤어짐을 앞에 두고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분실물인 이혼서류에 대한 반전 또한 기가 막혔다. 특히 반짝반짝 데이지라는 제목처럼 데이지 꽃과 연결된 이야기는 이래저래 나 또한 데이지에 대한 기억을 오래 갖게 될 것 같으니 말이다.
책 속 분실물 센터는 단지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분실물 센터를 방문하면서 잃어버린 관계나, 잊혔던 감정들, 그리고 소중한 기억들까지... 함께 찾을 수 있다. 물론 그에는 따뜻한 빨간 머리 역무원 히지리의 역할이 중요하긴 했지만 말이다. 2권을 읽고 나니, 히지리와 모히칸 머리 남자의 전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이번에도 또 역주행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