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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편의점 인간의 무라타 사야카의 최신 단편소설집이다. 4편의 단편소설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제목인 무성 교실은 세 번째 등장하는 소설이다. 각 소설마다 특징이 있다. 네 편의 공통점을 찾자면 모두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속에 평범함이 담겨있고, 그 안에 또 생각할 거리 또한 담겨있다. 한 편 한편 흥미롭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고 할까?
가장 독특했던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재가 담겨있었던 무성 교실이었다. 말 그대로 성이 사라진 학교에서의 이야기인데, 그런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런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랍다. 학교의 가장 중요한 교칙은 절대 성을 밝힐만한 차림새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남녀 학생 모두 머리는 커트이고 트랜츠셔츠를 입어야 한다. 여학생의 경우 가슴 부분을 천으로 감아서 가슴이 돋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과연 성이 사라진 학교에 실익이 있을까? 그냥 모두가 학생이라는 것. 성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것이 실익일 테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쌓는다는 것도 무성 교실의 강점이다. 물론 성 정체성이 ?y어지고,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상당하다. 워낙 독특한 소재라서 개인적으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각 편마다 상황을 풀어가는 열쇠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사이다 요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속 시원했던 이야기는 두 번째 비밀의 화원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짝사랑했던 동창을 일주일간 감금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사랑한다고 약자가 되는 것은 아닐 텐데, 둘의 모습이 그렇게 그려져서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다. 우치야마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하야카와를 짝사랑했다. 둘은 대학도 같은 곳에 진학했는데, 우치야마와는 달리 하야카와는 우치야마를 기억하지 못한다. 어리시절 순수한 왕자님의 모습을 했던 하야카와는 현재 대학에서는 바람둥이로 통한다. 과 술자리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신 하야카와는 차가 끊기게 되고, 그런 하야카와에게 자신의 집에서 하루 머물도록 한다. 우치야마의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하야카와는 우치야마가 잠자리를 갖자는 의미로 알아듣지만, 실제 의미를 들은 후 하야카와는 집을 나서려고 한다. 하지만 이미 감금된 하야카와. 문제는 우리가 아는 감금과 다르다는 데 있다. 물론 갇혀 있긴 하지만, 성인 남자의 힘으로는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하야카와가 도망치지 않는 이유는? 우치야마가 상당히 헌신적으로 감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시 세끼 원하는 밥과 간식을 제공해 주고, DVD 등도 빌려다 주기 때문이다. 과연 이렇게 헌신적으로 감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우치야마는 오랜 기간 하야카와를 짝사랑해왔다.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약자인 걸까? 단지 사랑해왔다는 이유로 하야카와는 우치야마에게 상당히 고압적이고 매너 없는 행동과 말을 한다. 그에 대해 우치야마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 사이다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소설 속 세상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반어적인 모습을 통해 그 반대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품고 있는 주제는 다르지만, 저자는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그에 대한 결론은 역시나 독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