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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평점 :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2/2022/03/27/23/seed2001_7726397791.jpg)
"우리, 같은 집에서 자란 거 맞지?"
책 소개 글을 읽는 순간 떠오르는 작가가 있었다. 그녀의 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 작가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어서 이름을 보니 역시나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바로 그 작가인 리안 모리아티였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과 허즈번드 시크릿의 작가인 그녀의 신간을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예전부터 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있다. 부부의 일은 부부만 아는 것이라는 말. 보이는 모습과 당사자들의 실제 모습을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인데, 책 속 사건을 읽으면서 그 말이 자꾸 맴돌았다.
테니스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델라니 가족은 누가 보기에도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스탠과 조이 부부 사이에서는 에이미, 트로이, 로건, 브룩의 2남 2녀가 있다. 테니스 선수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자녀들 역시 테니스가 생활화된 가정에서 자랐다. 아이들이 크고 분가를 하자, 엄마인 조이는 우울한 기분과 함께 조금씩 기억력이 흐릿해진다. 뭔가 기분과 상황을 바꿔줄 거리를 원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에서는 출가한 자녀들이 손주를 안겨주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 생각하지만, 그 사실을 차마 입 밖에 낼 수 없다. 자신의 입에서 손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자신은 쿨한 부모임을 포기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손주 외에 그녀의 삶을 흔들 사건이 일어난다. 어느 날, 처음 보는 여자가 조이의 집을 찾아온다.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었고, 알고 보니 남자친구와 싸웠다고 했다. 그렇게 사반나는 조이와 스탠의 집으로 들어온다. 그녀의 등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삶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몇 달 뒤 조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엄마의 실종이 자녀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아빠인 스탠이 거론된다. 같은 집에서 같이 자라난 이들 형제들은 각자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당연히 아빠는 용의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있는 반면, 아빠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자녀들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목해 보였던 이 가족은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조이는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역시 저자인 리안 모리아티는 사건을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실 그동안 그녀의 책에서 만났던 사건들은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사건들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소소한 가족들의 이야기나, 그들의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들이 꼬리를 물고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번 작품 역시 한 집에 사는 가족이지만, 그들의 생각과 관계는 모두 같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타인의 눈에는 완벽해 보였던 이들 안에도 상처로 얼룩진 모습이 있었고, 그 상처는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같은 자리에, 같이 있어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녀의 책은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지만, 읽다 보면 페이지에 대한 기억을 잊는다. 살인 사건이나 끔찍한 트릭들이 등장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