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아빠
허정윤 지음, 잠산 그림 / 올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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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동화 인어공주와 달리,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다. 인어인 아빠. 인어공주의 비극적 결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인어 아빠는 색다른 재미와 또 다른 성격의 교훈을 들려준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과 상황들을 부모가 되고 나서는 피부로 와닿도록 느낀다. 엄마와 다른 아빠라는 존재가 책 속에는 어떻게 녹아있을지 내심 궁금했는데, 역시 인어 아빠도 아빠였다는 사실.

인어공주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책 속 인어들은 다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포기하고 다리를 얻었던 인어공주와 달리, 책 속 인어들은 맨땅을 걸을 수 있다. 꼬리를 가지고도 말이다. 그 방법이 참 특이하고 또 끄덕여졌다. 마치 물구나무를 서듯, 꼬리를 하늘로 치켜 올리고, 양 팔을 이용해서 땅을 디딘다. 이런 방법이 있을 줄이야...! 그럼에도 인어공주는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인어공주는 왕자와 똑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어떤 희생도 없이 자신의 힘으로 바다와 땅을 누비는 인어 가족들에게도 어려움이 등장한다. 뭍에서가 아닌 바다에서 말이다. 유유히 헤엄을 치던 인어 가족은 어망에 걸리고 만다. 아빠의 힘으로도 어망을 끊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이라면 인어와 사람은 말이 통한다는 사실이다. 가장인 아빠의 역할은 바로 여기서 빛을 발한다.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인어 아빠는 어부들을 만나러 나서는데...

인어 세계에서도 가장의 굴레는 참 무거운 것 같다. 어디서나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부양하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처럼 오색이 다양하게 담겨있진 않아서 그런지 공주파 큰 아이는 생각보다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오히려 어른인 내가 읽기에는 인어 아빠의 고단함이 피부로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동화책이지만 어른을 위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아무래도 이 책의 주인공은 아빠여서 그런 것 같다. (왠지 인어 아빠만 아니라 인어 엄마도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세상의 룰을 잘 아는 것일까? 따뜻한 마음의 어부 몰래 선물을 건네는 아빠의 모습이 왠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같이 느껴지는 것은 내가 때가 묻어서 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나에게 그리 가치가 없는(혹은 가치가 덜한) 무언가가 상대에게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을 테니 서로에게 좋은 것을 나누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 하는 생각도 해본다. 또 한편으론 아빠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어부 역시 아빠였기에 인어 아빠의 상황을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동화이기에 그런 부분이 아름답게 묘사되었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성격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서 흥미로웠고, 왠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그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처로운 아빠의 모습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책을 덮으며 자꾸 "아빠! 힘내세요" 동요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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