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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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일에는 유독 마음이 쓰인다. 어제도 어린이집 확진자 소식에 자가 키트 검사를 해야 했는데, 무섭다고 우는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4시간을 보냈다. 잠깐의 검사에도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책 속 이야기는 정말 1초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책 속 주인공은 니브와 조니라는 15살 청소년들이다. 심장 이상으로 베를린 심장이라고 불리는 인공심장을 달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조니는 심장이식 외에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이다. 인공심장 덕분에 현재는 살아있지만, 인공심장의 경우 뇌졸중이나 감염의 위험이 크기에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병원에서 만난 급성 백혈병 환자인 친구 에밀리와 간호사 페미 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다.

또 다른 인물인 니브는 쌍둥이다. 3분 먼저 태어난 오빠 레오는 모든 면에서 엄친아다. 그날 그 일이 없었다면 둘은 투닥거리며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달리기 시합에서 이긴 니브에게 암벽등반 내기를 제안하는 레오. 그런 레오를 자극하기 위해 레오의 보물 1호 기타를 걸기로 한 시합에서 니브가 이길 찰나. 지기 싫었던 레오는 무리한 점프를 시도하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해서 뇌사상태가 된다. 더 이상의 희망이 없는 가족들에게 병원 측에서는 장기 이식의 이야기를 꺼낸다. 오래전 이식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레오와 니브. 결국 부모님은 레오의 장기를 이식하기로 결심을 한다. 이 사건에 큰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니브는 오빠의 죽음을 인정하기 힘들다.

익히 예상했듯이 레오의 심장은 조니에게 이식이 되고, 조니는 자신에게 심장을 이식해 준 사람의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나 역시 오래전 사망 시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했었다. (운전면허증 하단에 장기기증에 대한 표시가 있다.) 우리의 경우 자신이 승낙을 했어도, 가족이 반대한다면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오고 갔다. 심장이 뛰고 있지만, 이미 죽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이 자꾸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직 이렇게 따뜻한데 이미 사망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니... (의학적으로는 사망했다고 하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와 문화적인 측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기에 결국 장기를 기증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내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 일 때와, 가족의 이야기 일 때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 조니 역시 자신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죽음(혹은 불행)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전혀 기뻐할 수 없었다. 결국 1도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이 현실로 주어졌긴 하지만 말이다.

이미 책을 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던 내용이긴 하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팠다. 니브의 감정에 동요되는 걸 어쩔 수 없었지만 읽어보길 잘한 것 같다. 우리와 다른 문화지만 생명의 깊이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의 존재가치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p.s 우리와 다른 병원 분위기가 신기했다. 간호사들이 서비스 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을 위해 장소를 제공해 주고,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는 모습이 특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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