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내 마음의 적정 온도를 찾다 - 정여울이 건네는 월든으로의 초대장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해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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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월든 그리고 정여울. 정여울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베스트셀러였던 TOP10시리즈에서였다. 당시 워낙 선풍적인 인기를 오래 끌었기에 분위기에 편승해서 나 역시 두 권을 구입했고, 10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한 권은 여전히 완독하지 못한 채 서가에 꽂혀있다. 생각보다 유명하고 볼 거리 많은 유럽의 여행지를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의 내용이라서 아쉬웠지만, 볼 거리 많은 사진들이 상당히 수록되어 있어서 그때보다는 요즘같이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때에 더 힐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내 서가에 총 3권이 있다. 번역자에 따라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띄기는 하지만,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는 달리 여유 있게 읽지 못해서 그런지(아무래도 마감일자가 있으면 촉박해진다;;) 아쉬움이 남았었다. 정여울 작가 역시 월든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바로 완독에 대한 부분이었다. 좋아하는 책이었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갔고 여러 번 시도 끝에 완독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작가나 나뿐 아니라 워낙 바쁘고 빠른 일상을 사는 현대인이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변명을 해본다.

월든을 읽으며, 언젠가 월든 호수에서 월든을 읽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은 15년이 지나 이루어진다.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졌기에, 우리 역시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월든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월든의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그의 본명이 데이비드 헨리 소로라는 것도, 콩코드 출신이라는 것도, 그의 형인 존 소로와 한 여인을 두고 사랑에 빠졌다는 것도, 영혼의 쌍둥이라 할 수 있는 형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책 속에는 소로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그녀의 삶 속의 월든도 담겨있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이야기를 보자면 1부에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2부에는 월든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과연 내가 월든을 읽은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단순함(simple)"과 "있는 그대로"의 삶이 주는 의미였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듯한 우리에게 월든을 통해 정여울이 건네는 이야기는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뀐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다른 가치를 생각하게 해준다.

월든 호수와 소로가 살았던 오두막(당시 소로가 살았던 오두막은 아니지만)을 거닐며 그녀가 전하는 이야기는 여행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담겨있는 모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아마 글과 사진이 함께 어우러져서 깊이 있는 울림이 닮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연과 함께 지내며 자족의 법을 알았던 월든 속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피부로 깊이 와닿는 이유는 잠시 멈춤. 거리 두기로 자연을 가까이하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우리의 삶도 소로가 이야기하는 삶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페이지에 걸쳐 진하게 담긴 사진과 글. 그리고 다시 한번 소로와 월든을 만날 수 있었던 마음만은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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