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토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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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몰랐으나, 읽다 보니 자꾸 궁금해지는 캐릭터가 종종 있다. 불행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하무라 아키라가 바로 그 인물이다. 이 책은 그동안 출간된 살인곰 서점의 사건 파일 시리즈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다. 탐정이지만 사건을 해결하다 보면 꼭 사고를 당하는 우리의 주인공 하무라 아키라의 초기 모습이자, 불행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다. 하세가와 탐정사무소에서 프리랜서 탐정으로 일하는 하무라 아키라는 도토 종합리서치의 의뢰를 받게 된다. 가출을 한 딸을 데리고 와달라는 내용으로, 대놓고 하무라를 지목한다. 문제는 그녀의 불행의 시작점이 이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도토 종합리서치의 직원이자 사장의 친척인 세라 마쓰오에 의해 일이 틀어진다. 덕분에 발이 밟혀 뼈가 부러지고, 의뢰자의 딸인 다이라 미치루를 데리고 나오다 그녀의 동거남 고헤이에게 칼까지 맞고 결국 큰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할 처지에 이르게 된다. 퇴원을 하자마자 다이라 미치루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다키자와 미와의 실종에 대한 의뢰가 온다. 그리고 밤늦게 걸려온 전화 한 통. 이 전에 의뢰가 왔던 미치루가 경찰서에 있다는 전화였다. 그리고 미치루가 만나기로 했던 친구 야나세 아야코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살해 방법은 액살. 이 연결고리 속에서 하무라는 탐정의 촉을 느끼게 되고, 그들의 아버지들이 28회 멤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들의 모임인 28회. 그들 모두 쇼와 28년(1953년) 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고, 자연스럽게 가족들까지 같이 모임을 갖게 되었다는 것. 과연 28회와 미와의 실종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쁜 토끼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심 궁금했다. 책 초반에 나쁜 토끼라는 말이 등장하긴 하지만, 내용이 깊어질수록 씁쓸해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말하는 단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인격적으로도 훌륭할 거라는 생각을 한다. 아무래도 공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더 높은 수준의 무언가를 바라게 되는 것이겠지만, 최소한의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과 관념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도 많은 경우가 사실이다. 탐정 초반에 겪었던 끔찍한 기억이 앞으로의(미리 읽었던) 소설 속에서 하무라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왜 그런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 비로소 알게 되어 속이 시원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그녀의 불행은 어쩌면 이 사건으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전에는 하무라를 향해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안쓰러움이 있었다면, 이제는 그런 장면들이 보일 때마다 나쁜 토끼가 생각날 것 같다. 살인 곰 서점의 사건 파일 시리즈를 읽지 못했다면 나쁜 토끼를 먼저 읽으면, 조금은 인물을 파악하는데 이해가 빠를 것 같다. 물론 추리소설이니 독자도 추리를 하면서 몰입하고 싶다면 출간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몸 사리지 않는, 오지랖 넓고 사건을 해결해서 받는 보수보다 병원비가 훨씬 많이 드는, 그래도 애정이 가는 하무라 아키라의 모습을 이번에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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