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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언제나 옳다 - 마음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부모의 긍정 육아법
천근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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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어난 후로 큰 아이와 부쩍 언쟁이 많아졌다. 전에는 요구사항을 말로 표현하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소리를 지르고 울고 떼를 부리기만 한다. 처음에는 달래 보기도 하고, 퇴행 행동일 거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간극이 더욱 벌어지기만 하고 수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 역시 체력의 한계뿐 아니라 감정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라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매일을 보내던 중에, "아이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강하게 와닿았다. 문제가 있다고, 아이의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내게 이 책의 제목은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언제나"에 방점이 있는 제목이 불쾌하기도 했다. 이 얘기는 마치 아이는 언제나 옳고, 그런 아이에게 야단을 치는 내가 언제나 잘못되었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책을 읽으며 이 뜻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지만 말이다.
나 역시 첫째기에, 누구보다 첫째의 마음을 잘 알 거라 생각했다. 동생이 태어나고, 늘 동생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다니며 귀찮고 재미없었던 기억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 한다고, 그랬던 내가 처음부터 엄마였다는 듯이 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내가 편하자고 회피했던 적도 있었다. 아이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아이의 행동의 원인과 뜻을 아는 것보다, 내 편한 대로 강요하는 게 사실 내게는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읽었던 많은 육아서들과 사실 저자의 글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고, 아이에게 반응해 주는 것...
책 속에 글은 길지 않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책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적절할 정도로 짧다. 한 개의 소주제를 읽는데 2분 남짓. 각 소주제가 짧으면 1페이지, 길어도 4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다. 저자 역시 SNS에 짧게 기록했던 글을 9년 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자신이 진료현장이나 가정에서 겪었던 실제 이야기들이 담겨있기에 사실적이기도 하다. 다행이라면(제목을 읽고 나도 모르게 혼날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모를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힘들고, 많은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녀의 행동을 통해 좀 더 성장하는 부모가 되는 것에 목표를 두기를 권한다. 아이의 행동이 내 생각과 부딪치고,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기에 부모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책 속 이야기를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 보니 내가 며칠 전 아이와 겪었던 일들도 떠오른다. 그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물론 다짐만큼 실제로 해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부모가 되는 것. 그래서 아이가 조금 더 행복해지는 것. 아이는 언제나 옳다. 아이의 행동에 조금 더 관심을 갖자. 아이의 행동과 말에는 뜻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