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구미호 식당 3 : 약속 식당 ㅣ 특서 청소년문학 25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월
평점 :
처음 구미호 식당을 접할 때는 시리즈물로 나올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특이한 제목에,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함에 읽기 시작했는데 3권까지 읽게 되었다. 시리즈처럼 이어지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연성이 없다. 즉, 앞 권을 읽지 않아도 뒤 권을 먼저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구미호 식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각 권의 큰 제목이 다른 듯싶다. 공통점이라면 구미호가 등장한다는 것과 저승이라는 공간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17살에 구타로 사망한 채우. 짧은 생애와 범죄를 심하게 저지른 적이 없는지라 인간으로의 환생이 결정된다. 그런 채우 앞에 나타난 구미호 만호. 자신에게 환생할 생애를 주면,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일정 기간(30~100일) 같이 할 수 있는 삶을 주겠다는 이야기에 채우는 만호의 손을 잡는다. 단, 자신이 찾고 싶은 사람이 자신을 못 알아볼 수도, 기억을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건네는 만호. 그렇게 채우는 죽기 전에 꼭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설이를 위해 환생을 포기하고 설이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16살인 설이와 17살이었던 채우. 둘은 보육원에서 만났다. 요리를 잘했던 채우와 뛰어난 미각을 가졌던 설이는 둘만의 요리를 만들어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날, 채우는 두 가지 약속이 있었다. 축구 경기와 피감 로맨스를 완성하는 것. 하지만, 설이를 대신해, 설이를 지키기 위한 선택에서 채우는 구타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채우는 설이를 다시 만나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피감 로맨스도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만호의 제안을 승낙한 것이다.
1,000걸음을 걷고 눈을 뜨는 곳에서 살면 된다는 그곳은 2층 집 앞이었다. 비어있는 1층으로 들어가니 식당을 할만한 장소가 나왔다. 그렇게 채우는 약속 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시작한다. 다행히 재료는 매일 채워져있었다. 대신, 돈이 사라진다. 아마도 재료값으로 사라지는 것인가 보다. 근데, 한 번씩 들르는 손님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2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냐는 물음과 함께 건물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를 듣지만 당장 갈 곳이 없는 채우는 딱히 동요하지 않는다. 채우에게는 설이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만 의미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채우가 원래의 모습이 아닌 40대 중반의 아줌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데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채우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음식을 팔고, 설이가 있었던 게 알레르기를 기억하며 음식에 게를 조금씩 넣는다. 물론 손님들에게 팔기 전에 게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묻는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꼬마 구동찬의 누나 구주미를 만나게 된 채우. 주미와 과거 주미의 절친인 고동미가 이 건물에 살던 아이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음식을 먹던 주미와 동미는 둘 다 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과연 둘 중 누가 설이일까?
책 속에는 채우와 설이의 이야기뿐 아니라 미용실을 하는 와 원장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늘 최선을 다해도 부족하다 느끼고, 그래서 다음 생을 기약할 정도의 마음을 가진 그들은 다시 재회한 그 사람을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평생 그리워하고, 마음을 전하고 싶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나면 똑같은 모습으로 똑같은 마음으로 살 거라는 기대가 그대로 이루어질까? 소설은 이야기한다. 다음 생을 기약하며 약속하기 보다, 지금 현실에 충실하라고...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삶이 오히려 사랑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