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독특한 케이 미스터리 소설을 만났다. 살인사건이나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는 익숙하지만, 살마 사건(말이 살해당한 사건)이나 살마마를 찾는다니... 거기다 유독 살마 사건은 크리스마스에 일어나고, 산타 복장을 한 누군가가 말을 죽인다니... 이 사실만 가지고도 충분히 궁금증이 생길만하다.
인적도 드물고, 여행객은 볼 수조차 없는 제주 삼해리에 있는 고가 민박. 준연과 지선 부부는 시고모의 부탁으로 3년 전 제주로 내려온다. 오래된 민박집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고, 근무할 호스트를 찾는 중. 서울 유명한 호텔리어로 근무한 구이준이 입사를 희망한다. 이 정도의 능력이면, 굳이 게스트하우스 호스트가 될 필요가 없을 텐데... 하지만 이준만큼 유능한 면접자가 없기에 둘은 이준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맡긴다. 그렇게 이준은 삼해리에 유일한 게스트하우스인 크리스 하우스의 호스트, 크사장이 된다. 폭설이 내리면 마을의 길이 막히기에, 눈 예보가 있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손님이 없다. 정직한 크사장이 그런 사실을 홈피에 올려놔서이다. 2호실에 머무는 장영자 씨밖에는...
여느 때나 다름없이 이준은 숙소를 정리하고, 마을로 나선다. 크리스 하우스 앞에 서있는 편의점 사장의 차를 빼달라고 요청하고, 부이장이 전하라고 한 마을회의 일정을 어거지로 전달하러 아주머니들이 모인 곳에도 다녀온다. 게스트하우스에 내려왔는데, 귤이 붙은 길리 슈트를 입은 괴상한 형체. 2호실에 머무는 손님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잠시 인사를 건네는 크사장.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준은 얼어붙는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것일까? 원수가 아닌 웬수이자, 첫 키스 상대인 제인이 서 있는 것이다. 누나 이현의 단짝이자, 몸 소 크리스마스의 저주를 풀어준 그녀 제인. 제인은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삼해리 살마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나름 크리스 하우스의 잠복근무를 하고 있단다. 그렇게 이준은 제인과 엮이게 된다.
그리고 그 해 크리스마스에도 또 말이 죽는다. 4년 연속으로 살마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기괴하다. 말이 사망했다는 사실과 현장에서 찍혔다는 산타 사진. 그것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증거다. 마을 주민 이준을 조수(?)로 둔 제인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왜 크리스마스 때마다 말은 살해되는 것일까? 그 범인이 정말 산타가 맞을까? 왜 범인은 산타 복장을 하고 말을 죽이는 것일까?
둘은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사건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마을 사람들의 상처와 아픔들. 이준이 호텔리어를 그만두게 된 이유와 그 사건과 관련 있는 한 인물이 살마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까지 가닿게 된다. 그리고 로맨스. 추리와 로맨스, 인간 냄새 풀풀 나는 드라마까지 다 갖춘 흥미로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