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 9살 제윤이가 쓴 동시집
최제윤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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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초등학생 시인 최제윤의 동시집을 읽어보았다. 읽다 보니 나도 어렸을 때 일기 대신이나 글짓기 숙제로 종종 시를 쓰긴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잠깐이나마 옛 기억에 빠지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시집을 잘 안 읽게 된다. 시구 사이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시집만 읽다가 아이의 눈으로 쓴 시를 읽어보니 한결 편안했다. 우선 감추어진 의미나 뜻이 없이 순수한 날 것 그대로의 시기 때문에 상상하기나 읽기가 어렵지 않았다. 또한 아이다운 풋풋한 감성이 시 곳곳에 보여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고,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생각들이나 때론 어린 나이에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는 대견함도 들었다.

동시집은 3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담겨있는데, 각 주제의 제목은 주제 안에 담겨있는 시의 제목이었다. 특히 1부에는 가족에 대한 시가 참 많다. 엄마와 아빠, 이모를 생각하며 쓴 시도 있었고 시 하나하나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과 기쁨이 많이 담겨있는 시였다. 두 번째 주제 속에는 일상생활에 대한 시가 많았고, 세 번째 주제 속에는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연필이라는 동시였는데, 편안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큰 울림이 있어서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은 정말 착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에서 끝날 텐데, 제윤이는 그 뒤에 나는 손은 더러웠지만 마음만은 더럽지 않았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시로 풀어 적는다. 어른이 될수록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생긴다. 연필이라는 시 속에서 제윤이의 손 또한 그렇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 다칠까 봐 자신의 손이 더러워져도 꾹 참고 연필을 쥐고 간 아이의 손을 보며 삼촌은 혼을 내기보다 칭찬을 해준다. 그런 제윤이의 마음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제윤이는 삼촌의 이야기를 듣고 손은 더럽지만 마음은 더럽지 않다는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 시를 읽고 또 읽으며 참 부끄러운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아이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나는 오히려 아이보다 못한 어른은 아니었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어린아이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이 시집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이다. 멋진 단어나 어려운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의 시를 통해 나 또한 힐링과 교훈을 얻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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