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평점 :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기분이 가득하다. 구순이 다 된 노(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 보다 생동감 있고 전율이 일었다. 제목과 표지부터 상큼함이 가득하다. 봄... 사실 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밝고 생동감이 있었다. 2019년 말 코로나라는 생경한 단어를 들었을 때, 코로나가 우리 삶을 이렇게 오래 갉아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시국에서 만 2년을 보낸 지금, 겨울의 말미에 있음에도 예전 같은 봄에 대한 추억이나 설렘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우리의 마음조차 코로나로 감염되어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9년 88세의 팝 아티스트이자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한 노르망디에서 봄을 보내며 작업을 하겠다는 메일을 25년 지기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에게 보내온 것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계획을 이루어간다. 사실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라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꾸준히 유명했단다. 그렇기에 때론 유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정도로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받고 있다.
호크니의 그림은 신선하다. 표지를 넘기며 처음 만나게 되는 사진만 해도 그렇다. 보통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하... 놀랍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계들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는 보통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새로운 기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 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평범한 시선을 바꿔 네모난 캔버스의 양쪽 귀퉁이를 잘라낸 듯한 상태의 그림이나 과거의 작가들의 그림을 오마주한 그림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새롭게 표현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 만난 호크니는 정말 꾸준한 사람이었다. 틀에 갇혀있거나, 늘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나가는 젊은이였다. 그렇기에 그의 손을 통해 세상에 등장한 작품들은 또 다른 호크니만의 맛이 있었다. 물론 호크니 주변에는 J-P, 윌킨슨 등과 같은 조력자들이 있다. 또한 나이 때문에 귀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호크니는 그런 여러 장애물에 포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도움을 받거나, 영상통화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뿐이다.
책을 통해 만난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삶은 그 어떤 삶보다 다양하고, 신선하고, 쾌활했다. 왜 그가 꾸준히 사랑을 받는 화가인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