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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평점 :
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타임슬립이라면 상상력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고증과 조사까지 필요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 작가이자 오만과 편견, 엠마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가 살았던 19세기에서 겨우 200년 남짓 흐른 지금임에도 그 200년은 그 어떤 200년 보다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아니 50년만 가도 현대 문명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다. 과연 책 속에 담긴 제인 오스틴이 실제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제인 오스틴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물론 내가 검색해 본 수준은 단순한 것이지만, 그녀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는 짐작을 하게 해줬다. 여성이 책을 쓴다는 것,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것 둘 다 쉽지 않은 시대였다니 놀라웠다. 그랬기에 그녀는 미래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보며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놀랐다는 표현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1803년 28살 제인은 노처녀다.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카산드라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실 글을 쓰는 게 좋다. 처음 첫인상이라는 작품(후에 오만과 편견으로 제목이 바뀌었다.)을 썼을 때 조지는 제인의 글을 출판사에 보내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게 된다. 그 이후 카산드라는 딸이 글을 쓰는 것을 막고 방해한다. 그랬기에 제인은 어머니 몰래 글을 숨겨놓는다. 그런 그녀에게 들어온 선. 상대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였다. 키도 크고, 외모도 수려하고 돈도 많고 명망 있는 가문의 남자 위더스다. 위더스는 제인에게 호감을 표현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만남의 장소라 할 수 있는 펌프 룸에서 애프터를 받는 제인. 마치 제인이 약혼을 하는 듯 동네에 소문이 퍼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금붙이를 팔아 제인에게 고가의 드레스를 사주는 엄마. 하지만 위더스가 다른 여성과 약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제인과 가족들은 낙담한다. 제인에게 중매쟁이 싱클레어 부인을 소개해 주는 하우드씨. 결국 제인은 싱클레어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대가로 요구하는 부인에게 자신이 가진 타다 만 원고지를 건네는 제인. 그녀는 그 원고 뒷장에 뭔가를 쓴다.
Take me to ny one true love.
(나를 단 하나의 진실한 사랑에게 데려다주세요.)
갑작스럽게 2020년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영화 촬영장으로 이동하게 된 제인.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운명의 상대이자 댄스 파트너가 된 프레드. 그리고 한때 유명 배우였으나, 지금은 밀려나고 남편과 이혼까지 앞두고 있는 소피아 웬트워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제인 오스틴이라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고 몰래카메라 혹은 촬영 뒷이야기를 찍고 있다고 생각한 소피아는 제인을 이용하고자 하지만, 제인이 정말 자신이 그렇게 선망하던 그 대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를 돕기로 한다. 역시 제인과 프레드의 첫 장면부터 뭔가 이상하더니, 결국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게 된다. 문제는 타임슬립 작품이 그렇듯 제인에게 일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 사랑이냐, 작품이냐... 과연 둘 사이에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책 속의 녹아있는 제인 오스틴의 삶을 통해 또 다른 감정에 와닿게 되었다. 혼자의 몸으로 뭔가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편견과 맞서 싸우는 그녀의 용기 덕분에 지금 우리 손에는 그녀의 소중한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 역시 귀중한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