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 -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두려워지는 당신에게
이근후 지음 / 가디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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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저자가 몇 명 있다. 일부러 찾아서 읽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면 읽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의 저자인 이근후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처음 저자를 만난 게,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는 책이었는데, 제목만큼이나 뭉클하고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 책이 벌써 4번째 만나는 책이다.

사실 저자의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오늘은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입니다" 나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처럼 듣고 보면 끄덕여지는 한 문장이 제목이 되었다. 이번에 만난 책 역시 "살 만큼 살았다는 보통의 착각"이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또 끄덕여지는 제목이 담겨있다. 처음 제목을 읽는 순간 세계 3대 거짓말이라는 노인들의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이 떠올랐다. 살 만큼 살았으니 죽어야 한다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런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게 그 옛날 진시황 때부터 아니 생명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것이 저자가 시력장애를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 역시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구술로 받아 적은 내용을 첨삭하며 완성했다고 한다. 그리 힘든 상황에서까지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사실 앞의 책들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 역시 에세이다. 자신의 살아온 삶에서 겪거나 만났던, 느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구술을 받아 적었다는 글을 읽어서 그런지 담겨있는 내용들이 마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 속에는 5개의 주제 속에서 저자가 경험하고 생각한 삶에 대한 통찰이 담겨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행동하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어르신이 될 수도, 일명 "꼰대"라고 불리는 나이만 먹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처럼 세대 간 반감을 넘어 갈등이 오고 가는 때라서 기성세대들을 보는 눈이 곱지만은 않다. 은퇴 전까지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고, 지금도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글에는 나이 듦이 담겨있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정답이라는 꼰대스러움은 적다.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앎이듯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저자 본인이 삶으로 살았던 이야기여서 그런지 이론만 빠삭하다는 느낌이 덜 들었다. 마치 옆집 할아버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심정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취미는 정신적인 비타민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나 역시 취미가 독서인데, 나이가 들고 힘이 들수록 취미에 더 매달리는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아이 둘을 겨우 재워놓고(육태) 나서 늦은 시간 읽는 책은 참 꿀맛이다. 솔직히 자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고민과 걱정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것 같다. 저자 역시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과거 국민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곁들인다. 또 자신이 의사 시절 상담했던 정년퇴직한 교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읽다 보니 정말 정신적 비타민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유불급이라고 오히려 과한 것은 좋지 않은 것처럼 적절한 취미는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 같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인생에 대한 저자의 44가지 이야기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유쾌한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죽기 전까지 늦은 것이란 없다. 이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어차피 누구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을 살고 있기에 언제가 마지막이 닥치기 전까지 그저 재미있고 즐겁게 사는 게 인생의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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