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산모 수첩
야기 에미 지음, 윤지나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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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출산을 하고, 올해 3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 예정인 워킹맘이다. 사회적 인식이나 분위기가 바뀌어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임신과 출산, 육아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임신을 하면 당연히! 출산할 거라는 것은 드라마 속 이야기다. 헛구역질 몇 번에 소리 몇 번 지르면 아이가 태어나는 황당한 상황들을 드라마로만 접했으니 실전과 매체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 속 주인공이 시바타는 지관 회사에 다니고 있다. 그런 그녀가 갑작스레 위장 임신을 결심한 계기는 차별적인 회사일 때문이었다. 손님이 오면 으레 여직원인 시바타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처음에는 신입사원이어서 그런 줄 알았지만,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그 일은 여전히 시바타의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의실 접대실 안에 담배꽁초가 들어있는 커피잔을 아무도 치우지 않고 그냥 방치하는 상황을 보고 시바타는 중대한 결심을 하기로 한다. 바로 위장 임신! 시바타는 아직 미혼 여성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커피 냄새에 구역질이 난다는 이유로 회사에 임신을 했다는 선포(?)를 하게 된다. 그날 이후 임산부인 시바타에게 커피 심부름이나 접대실 찻잔 정리 등의 일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입으로 뱉은 일을 과연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까?

시바타와 같이 근무하는 직원 히가시나카노씨는 시바타의 임신에 관심이 아주 많다. 생각보다 임신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시바타를 배려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직원들 사이에서 왕따에 가까운 사람이다. 죄송하다를 입에 달고 사는 인물로, 그와 잠깐이나마 같이 있었던 직원들은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시바타 역시 그의 관심 때문에 위장 임신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책을 읽다 보면 헷갈리기도 한다. 과연 시바타는 위장 임신인 걸까? 배가 나오기도 하고, 태동이 느껴지기도 하고, 병원 진료를 받기도 하니 말이다. 분명 책 제목도 가짜 임신임이 분명하고, 13주 차에 생리를 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과연 시바타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갈까?

사실 읽다 보면 실제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상당하다. 임신 주차에 맞는 이야기가 등장하기에 오래지 않았던 내 임신기간을 떠올리기도 했고, 특히 임산부 에어로빅 동기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정말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공감이 가기도 했다. 사회가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임신과 출산. 육아는 쉽지 않다. 당장 출산 전 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려면 임신확인서를 비롯하여 아이의 주민번호 등이 필요한데... 실제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소설이니 이해하자. 그래도 변화는 바람직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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