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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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정면을 보고 있는 지금,

나의 의식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해져 있었다.

그러니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나는 로프 하나만 의지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내 안에 더 할 수 없는 고도의 집중력을 솟구치게 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어둠의 정면은 어떤 색일까? 검은색일까? 어둠의 정면은 어디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펼쳤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정신과 전문의 민형기다. 근데 그의 행보가 좀 이상하다. 의사지만 죽음에 대해, 자살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주 튼튼한 로프를 인터넷에서 구매한다. 혹시나 싶었다. 왠지 분위기가 의미심장해서 혹시 목을 매려고...? 다행히 목을 매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특이한 행보를 보인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로프를 잡고 암벽등반을 하려고 했으니 말이다. 다행이라면 본인도 놀랐지만,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다.

아내와의 관계도 썩 좋지 않다. 부부라고는 하지만 뭔가 거리감이 커 보이는 둘의 관계는 뭔가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그의 자살 충동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삶에 대한 석연치 않은 상황들 속에서도 그는 정신과 의사로 일을 계속한다. 그의 상담실에 때마다 나타나는 소년과 같이 말이다. 그런 그가 의사로서 기능을 할 때가 있었다. 바로 김상균이라는 환자에 대한 일이다. 늘 빠짐없이 예약시간에 정확히 오는 그가 갑자기 예약한 날 오지 않는다. 그간의 이력을 곱씹어 봐도 자살을 생각할 만한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번도 빠지지 않았던 그가 오지 않자 형기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전화를 해볼까, 찾아가 볼까? 왜 유독 김상균에게만 그런 감정을 품게 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궁금하긴 했다. 사실 일반인들은 우울감이 심해지거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어려움과 아픔을 느낄 때 정신과를 찾는다. 의사와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으며 차도를 보인다. 그런데 정신과 의사는 누굴 찾아야 할까? 스스로 아프다는 것을 인지할 때 비로소 병원에 갈 수 있을 텐데... 오히려 자신이 정신과 의사기 때문에 자신을 환자들과 동일시하지 못할까? 또한 계속되는 상담으로 감정이입이 될 수도 있을 텐데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형기의 모습을 보며 자꾸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게 된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정신과 의사라... 근데 문제는 그 충동이 죽음이라는 것이다. 마치 성욕이나 식욕처럼 일반적인 충동이라고 생각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정신과 의사도 사람이기에 좌절도, 정신적 피폐도, 때론 삶을 끝내고 싶은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가 정신과 의사라는 데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쉽지 않다.

다시 어둠의 정면이라는 제목으로 돌아가 본다. 제목 속 어둠은 마음의 캄캄한 상태, 죽음의 충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의사. 그 고통 속에 빠져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의 정면을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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