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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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도, 띠지에 적힌 어른들의 선입관이라는 문장도 읽었음에도 나 역시 똑같은 우를 범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 역시 선입관이 가득한 답답한 어른이었다.

다작 작가 이사카 고타로.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고, 일부러 찾아서 읽는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서재에 꽂혀있는 이사카 고타로의 책들을 보니 정말 다작 작가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만난 몇 편의 작품들에서 만난 이사카 고타로의 책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음에도 전혀 무겁지 않은 장점이 있었다.

책 속에는 5편의 단편소설이 등장한다. 그중 첫 번째 단편소설의 제목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거꾸로 소크라테스다. 예전보다 소크라테스라는 이름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졌다면 아마도 나훈아 때문일 것이다. (아! 테스 형!) 5편 중 기억의 남는 이유를 꼽자면 바로 내 선입관 때문이었다.

프로야구를 보던 중 리모컨을 끈 주인공은 옛 기억에 사로잡힌다. 바로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일 말이다. 그리고 떠오른 장면은 산수 시험 시간이었다. 담임교사 구루메의 눈을 피해 컨닝을 시도하던 그때. 안자이가 가가(주인공)에게, 가가가 구사카베에게 담임의 눈을 피해 컨닝페이퍼를 넘긴다. 그들의 컨닝을 도운 사람은 성적도 놓고, 집안도 좋은 사쿠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억에도 여전히 안자이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간도 크게 미술관에 걸려있는 지역 화가의 그림을 바꿔치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면 안자이라는 아이는 불량한 아이겠구나 하는 생각만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나가고 보니 안자이는 허를 찌르는 똘똘한 아이였다. 안자이가 이런 계획을 세운 이유는 바로 담임인 구루메 때문이었다. 평소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답이라 생각하는 구루메는 대놓고 반 아이 구사카베를 무시한다. 구사카베가 하는 일에는 뭐든지 책을 잡고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구사카베가 잘 하는 일조차 우연의 일치거나, 운이 좋았다는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담임의 그 말이 은연중에 그 말을 들은 아이의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데 있다. 앞으로 계속 교사로 남을 구루메가 앞으로도 수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잘못된 선입관을 통해 아이의 인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이 미친 안자이는 결국 계획을 세우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잘못된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어린아이들의 눈이 때론 더 정확하다는 생각과 함께 선입관만큼 무서운 것이 있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해봤다. 야구를 좋아하는 구사카베는 과연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안자이의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말미에 등장하는데, 만약 그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면 아마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격이라고... 안자이에 대해 더 나쁜 선입관이 생겼겠다 싶다.

누군가에 의해, 어떤 사건들에 의해 생기는 선입관은 어른이 될수록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책 속 이야기가 더 나를 부끄럽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선입관 때문에 내가 지도했던 아이에게 상처를 준 이야기가 생각나서 미안해졌다. 원래 상처 준 사람은 기억 못 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기억한다고... 그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나조차 기억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지나가는 한마디 말뿐 아니라 생각조차도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다. 누군가에게 그 한마디 말이 큰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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