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보드북) - 출간 15주년 기념판 사랑해 보드북 1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지음,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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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태어난 이후 달라진 점이 많지만, 큰 애에게 애정표현을 생각보다 많이 못 해준다는 사실이 제일 신경 쓰인다. 터울이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 척척하던 일들조차 갖은 핑계를 대고 떼를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기보다는 울컥 화가 터질 때가 더 많다. 머리로는 사랑에 목말라한다는 걸 알지만, 아직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둘째에게 더 신경이 쓰이기도 하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참 유명한 책이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제목만큼이나 사랑해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등장한다. 2006년에 발매되었는데, 내가 만난 책은 15주년 기념판이었다. 사실 제목만 들어봤지, 아이랑 읽어본 적이 없는지라 책을 통해서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싶어서 큰 아이는 앞에 두고, 둘째는 무릎에 앉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너"나 "네"라는 단어에는 아이의 이름을 넣어서 읽어줬는데, 처음에는 많이 쑥스러워 하면서 눈조차 마주치지 않던 아이가 조금씩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끝까지 읽은 다음에 나만의 언어로 두 아이에게 장난을 치면서 다시금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줬더니 생각지도 않게 큰 아이가 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집으로 돌아온 큰아이가 한 가지 요구를 했다. 어제 읽어줬던 사랑해가 많이 나온 책을 다시 읽어달라는 거였다. 보통은 같은 책을 다시 읽어달라는 얘기는 잘 하지 않는 아이기에(물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책은 10번도 더 읽어달라 하지만...) 글 밥도 적으니 혼자 읽어보는 건 어때?라는 내 대답에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순간 아차! 했다. 아이가 사랑해라는 말을 엄마의 목소리로 듣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얼마나 엄마의 사랑한다는 말에 굶주려 있었으면, 책을 읽으며 사랑한다 이야기해주고, 눈 마주쳐주는 그 짧은 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어서 책을 읽어달라고 한 걸까?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오늘은 남편에게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밥도 적고, 내용도 단순해서 마음먹고 읽어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 책이다. 그렇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이렇게 많이 할 수 있는 책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핑계겠지만, 그동안 여러 이유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도, 눈 마주치며 웃어주는 것에도 너무 인색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별것 아닌 작은 것에도 아이는 참 행복해한다.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말 한마디, 미소 하나에도 그 시간을 참 소중히 여기는 것을 보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이런 시간이 내게 얼마나 주어질까?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매일매일 한 번 더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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