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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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당 있는 집에 살았기에 개를 계속 키웠다.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는 뽀삐와 다롱이라는 이름의 마지막으로 키웠던 개였다. 특히 뽀삐는 큰아버지 댁에서 키우던 개였는데, 아파트였어서 우리 집으로 보냈던 털이 하얀 강아지였다. 우리 집에 오고 얼마 안 돼서 뽀삐가 사라졌다. 동네를 다 찾아다녀도 못 찾았는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뽀삐를 같은 골목 윗집에서 발견했다. 그렇게 뽀삐는 내 생일에 다시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다롱이는 태어난 지 2달이 채 안 된 강아지였는데, 감기에 걸려서 얼마 못 살 거 같다는 말을 듣고 우리 집에 왔다. 다행히 건강하게 큰 다롱이는 뽀삐와 둘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이었다. 재건축으로 집을 다시 짓게 되어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보내게 된 날. 두 아이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봉고 뒷좌석에 타고 가는 뽀삐와 다롱이를 그 이후 만날 수 없었다. 다롱이는 얼마 후, 교통사고로 죽었고 뽀삐는 할아버지가 다른 집에 주셨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이 소환되었던 것은, 단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개 고시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버려진 개였던 시로가 우연히 하치로 고교 미술부실에 들어온다. 주인도 없고, 보건소로 보내는 것(키울 사람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교장선생님과 단판을 짓고 학교 미술실에서 개를 키우기로 한다. 미술부 하야세 고시로의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미술부 학생들은 개에게 고시로라고 불렀는데 개가 반응하자 결국 개의 이름은 고시로가 된다.(사실 개의 원래 이름은 시로였다. 비슷한 이름이어서 반응했는데, 우연치곤 신기하다.) 책 속에는 일왕의 연호에 따라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3년 텀으로 연호와 함께 이야기가 펴쳐지는데, 첫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야세 고시로와 유카의 이야기다. 빵집 마감 세일 때 들르는 미술부 하야세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는 유카. 사실 유카 뿐 아니라 하야세도 유카에게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하야세는 그림에 재능이 있지만 집안 형편이 썩 좋지도 않고, 도쿄의 일류대에 입학을 하게 된 유카에게 고백하지 못한다. 재수를 하면 도쿄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형편 상 포기하고 교육대학에 입학하기로 한다. 소설의 대부분이 고시로를 키우는 고도로 모(고시로를 돌보는 모임) 멤버들과 그들이 기록하는 일지를 통해 전해진다.

여러 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각 장의 말미에는 고시로가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첫 정이 무섭다고, 이름의 소유자인 하야세와 유카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여러 번 등장하고, 마지막 편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그 둘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니 마지막까지 흥미로웠다. 사람도 추억을 먹고 살 듯, 개 고시로 역시 자신에게 따뜻했던 사람의 체취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각 연호에 맞는 당시 유행하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 문화는 모르기에 접점이나 공감되는 게 없었지만, 만약 우리 식의 소설이라면 한참 유행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옛 기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추억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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