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 - 92년생 애매한 인간, 4년 직장생활을 접고 카페사장 4년차입니다
애매한 인간 지음 / 지베르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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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며 일주일에 한 번씩 은행이나 우체국 등의 볼일을 위해 길을 나설 때면 늘 지나는 작은 카페가 있었다. 지날 때마다 손님은 거의 없었고, 카페 주인으로 보이는 분만 혼자 앉아서 뜨개질을 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밥벌이를 위한 카페라기보다는, 취미생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네가 사실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긴 했다.) 몸이 반응할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때인지라, 나중에 나도 저런 카페 하나 차리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었다. 물론 나는 이직을 했고 여전히 직장에 매인 몸이긴 하지만 아직도 가슴 한 편에는 작은 카페에 대한 로망이 있다.

요즘 정말 카페가 많아졌다. 출근길에 역에서 회사까지 걸어가며(대략 5분 거리) 몇 개의 카페가 있나 세어본 적이 있었다. 그 짧은 거리에 한쪽 라인만 6개... 건물 안에만 다닥다닥 카페가 빙 둘러 5개였다. 거기에 편의점도 요즘은 카페에 가세했다. 커피를 먹는 인구가 많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카페가 많긴 너무 많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예전에는 치킨집이 대세였지만 요즘은 카페라는 것에 100% 공감한다.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온 것은 인턴의 블로그 글 한 줄 때문이었다. 직장 생활 속 인간관계에 상처를 받은 저자는 그렇게 카페를 차린다. 이것도 저것도 애매한 상황 속에서 뭔가를 제대로 해보려는 동네 카페에 코로나가 찾아온다. 정부 지침은 갈수록 강력해지고, 이래저래 사놓은 재료들은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하기를 여러 번, 결국 저자는 두 달간 휴점을 하다가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나름의 입소문이 나서 수익이 생기지만, 뭔가 아쉽고 휑하다. 카페 안 찻잔들과 손님들과 나누던 대화가 그립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녀는 카페를 열며 만났던 손님들과의 이야기나 실수담, 가족이나 친구의 이야기 들을 책을 통해 털어놓는다.

이 책 안에 가장 많이 쓰여있는 단어는 "애매하다"가 아닐까 싶다. 어린 시절부터 뭔가 뛰어난 능력이 있는 친구들은 공부로, 운동으로 자기 살 길을 찾아 나섰지만 그들은 정말 소수였고 대부분은 저자나 나처럼 애매한 평균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것도 저것도 애매한... 그래서 카페에서 일하면서도 애매하다 느끼는 저자의 마음이 왠지 느껴져서 안타깝기도 하고 또 토닥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때수건의 일화는 제일 마지막 장에 등장한다. 왜 많고 많은 것 중에 때수건?일까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삶을 산다. 설령 그게 애매할지라도 살아보자. 어차피 삶은 애매한 것 투성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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