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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수면 동화 - 당신의 불면증을 잠재워줄 열 편의 이야기
이타르 아델 지음, 박여명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어린 시절부터 나는 참 잠이 많은 아이였다. 초저녁부터 주무시던 엄마 탓인지, 밤 10시에는 자는 게 일상이었다. 덕분에 내 지인들은 10시 이후에는 연락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아침에 연락을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새 나라의 어른(?)이던 내가 남편과 연애를 하면서부터 수십 년 쌓아온 수면 패턴이 깨지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10시에 자서 8시간 풀 숙면인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깊은 잠도 못 자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덕분에 불면증 아닌 불면증이 생겼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육태를 해야 그나마 내 시간이 주어지는데, 그마저도 집안일을 하고 나면 12시가 넘기가 일쑤다. 졸린 눈을 비비며 씻고 나면 언제 졸렸냐는 듯 잠이 깬다. 피곤한데 잠은 잘 수 없는 일상이 쌓이다 보니 매일이 무기력하고 피곤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른을 위한 수면 동화라는 이 책의 제목이 무척 끌렸다.
책 속에는 10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면 동화라는 이름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사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끌리는 책을 잡고 나면 잠을 해치는 경우가 더러 있기도 하다.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줄거리를 가진 책들도 있다. 그런 책들에 비해 이 책은 지극히 수면을 위한 책이다. 스토리보다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장면들이나 분위기에 주안점을 두었다. 첫 번째 나왔던 밤 기차라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의 별장에 가기 위해 밤 기차를 탄 레나는 어린 시절 기억에 설렌다. 밤새도록 달려서 도착하는 기차. 나 역시 그런 기억이 있었다. 백두산 여행을 가기 전날. 저녁 6시에 기차를 타고 12시간가량을 가서 이도백하에 도착했었다. 물론 레나의 기차와는 다르지만 밤 기차 하니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기차여행을 종종 다녔던 레나인지라 밤에 이동하며 챙겨야 할 준비물이 가득이다. 특히 베개와 담요가 마치 집 같은 아늑함을 선사해 준다. 물론 레나는 자면서 여행을 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한 일은 핸드폰을 껐다. 책 속에 담긴 글을 한 줄 한 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책에 적힌 장면을 상상하게 되었는데, 튀거나 선명한 이미지라기보다는 포근하고 따뜻한 이미지의 단어와 분위기를 풍긴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그런 이미지를 가졌다.
책을 읽으며 바로 잠이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잠자리 동화로 좋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기 때문이다. 줄거리를 찾는다면 조금은 심심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수면 동화라는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천천히 책을 곱씹으며 상상하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마지막 장에 수면을 위한 조언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