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항암녀의 속·엣·말 - 때로는 상처, 가끔은 용기
이경미 지음 / 예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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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부터 저자의 아픔이 가득 느껴진다. 항암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한 고통이 다른 어떤 말보다도 선명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방암에 걸렸다. 친한 친구 어머니가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꽤 오랜 기간 투병을 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셨다. 쉽지 않은 치료 기간이 이어지고, 특히나 항암이 정말 많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 후에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녀의 씩씩한 모습 뒤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고통이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을 넘기며 놀랐다. 아이가 셋 있는 방송인. 자가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알게 되었고,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가슴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는 이야기와 항암. 수술 이야기를 들은 저자가 제일 먼저 했던 이야기가 밥을 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였다. 아이가 셋이나 있는 엄마. 자신이 지금 암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아이들의 밥이 우선순위로 떠오른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근데, 엄마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내 몸이 아파도 아이가 먼저니 말이다. 그런 그녀의 두 번째 생각은 얼마 후 미국으로 여행을 가실 부모님에 대한 것이었다. 딸의 수술 때문에 어렵게 잡은 여행을 취소하는 민폐를 끼치기 싫다는 이유로 그녀는 이야기를 미룬다. 결국은 수술을 해야 해서 부모님 대신 두 아이가 미국행을 했지만 말이다. 아이들의 밥 문제는 다행히 전 남편의 신세를 지게 된다.

정말 씩씩하지만 상처도 많고, 아픔도 많았다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느꼈다. 2남 2녀 중 셋째인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엄마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 공부를 잘하는 오빠와 언니에 비해 특출난 것 없는 저자였기에 엄마는 모든 화를 그녀에게 풀었다. 문제는 엄마의 말이 비수로 꽂혀 저자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는 데 있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에게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나 같은 경우도 자존감이 참 많이 낮은데,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내 낮은 자존감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책을 읽으며 그런 그녀가 아이들은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부단히 참고 또 참는 모습을 보았다. 덕분에 읽는 내내 반성이 많이 되었다.

책 속에는 저자의 삶이 잔잔하게 담겨있다. 때론 피식 웃음이 나는 이야기도 있고, 가슴에 스미듯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방송인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그녀의 삶을 통해 나 또한 위로와 공감을 했다. 역시 다년간의 방송 때문인지, 마치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은 재미와 감동이 있었다. 치유. 상처. 인정. 대화. 공감. 성장.

사람의 삶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이야기지만, 그 모든 것을 몸으로 받아내고 한층 더 자라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하길 빌어본다.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지녔으니 아마 전보다 더 건강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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