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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 똥 ㅣ 정호승 동화집 1
정호승 지음, 정현지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21년 10월
평점 :
아이들의 동화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숨겨진 트릭이나 감추어진 속 뜻이 없고 투명하게 드러난다. 아이들의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동화라고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5살 큰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아이가 느낀 교훈과 달리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책 속의 내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내 이야기 같은 동화가 여러 편 있었기 때문이다.
총 8편의 동화가 담겨있는 정호승 시인의 동화집 속 한 작품의 제목이 전체 제목이 되었다. 다람쥐 똥이라는 제목을 읽는데, 왠지 모르게 강아지똥이라는 권정생 작가의 동화가 생각났다. 사실 자꾸 강아지 똥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아이가 다람쥐 똥이라고 고쳐주기도 여러번...ㅎㅎ 역시 똥 이야기라서 그런지 아이에 관심이 가장 컸었고, 읽다 보니 강아지 똥 이야기와 비슷한 교훈을 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모든 작품이 마음에 와닿았지만, 두 번째 작품이었던 붉은 장미와 노란 장이라는 작품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둘째가 태어난 후, 나도 모르게 첫째와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비교 대상이 둘째일 때도 있지만, 또래의 친구들일 경우가 더 많았다. 나 역시 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부모님의 비교가 가장 듣기 싫었는데, 나도 모르게 큰 아이를 나무랄 때 비교를 많이 하고 있다.
조화지만 생화라고 착각할 만큼 아름다운 붉은 장미는 자기를 예쁘다고 이야기하는 소리에 부끄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예쁘다는 소리에 익숙해진 붉은 장미는 오히려 자신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안 하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때론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붉은 장미는 딸의 생일 선물이 된다. 시간이 흘러, 붉은 장미의 집에 생화인 노랑 장미가 엄마의 생일 선물로 오게 된다. 자신의 미모에 자신이 있던 붉은 장미는 생화인 노랑 장미를 보고 자신의 미모를 뽐내면서 노랑 장미를 오히려 무시한다. 얼마 후면 시들어 버려질 장미라고 말이다. 붉은 장미의 예상대로 노랑 장미는 시들었고, 결국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시간이 지나고, 또 아내의 생일날 남편은 아내에게 노랑 생화장미를 선물한다. 근데 노랑 장미가 이상하다. 붉은 장미를 보고 아는 체를 하는 게 아닌가? 분명 지난번 시들어서 노란 장미는 버렸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비교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 같다. 사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꽃을 비롯해 모든 생물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붉은 장미와 노랑 장미는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근데 그 향기는 모두가 같지 않다. 서로가 비교할 수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된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많이 부끄러웠다. 머리로는 아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를 자꾸 비교하면서 혼을 내는 내 모습을 책을 통해 다시금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장미 이야기뿐 아니라 밀물과 썰물, 다람쥐 똥, 백두산자작나무 등 책 속 동화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마음과 사랑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뺨 더 큰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