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와이프

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완벽한 사람이 과연 세상에 존재할까? 누구나 완벽한 존재가 되길 꿈꾸지만(나만 해도 직장에서도, 가정에서 엄마로, 아내로, 딸로, 며느리로 완벽하게 살고 싶었으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 얼마 안 되었다ㅠ), 사람은 그 누구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제목과는 달리 이 소설은 첫 도입부부터 심상치 않다. 완벽한 프로포즈를 받는 꿈에서 깨어난 에비 컬런은 깨어나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상한 소음들이 들리고, 몸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목에 붕대가 감겨있다. 순간 남편 팀과 아들 대니의 생사가 걱정이 되지만 입 밖으로 소리를 낼 수 없다. 옆에 있던 간호사의 목소리에 정신이 든 애비 앞에 팀이 보인다. 깨어난 팀이 애비를 보고 눈물을 보인다.(원래 팀은 절대 울지 않는 사람이다.) 근데, 팀이 말하는 게 이상하다. 깨어난 애비가 청혼하는 꿈을 꿨다는 이야기를 하자, 팀은 애비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꾼 건 꿈이 아니야. 업로드였어."

5년 전 세상을 떠난 애비. 공학자이자 스콧 로보틱스의 CEO인 팀은 자신의 아내와 같은 모습의 AI 기능이 탑재된 로봇을 만든다. 일명 코봇. 외형뿐 아니라 인간의 감정까지 공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문제는, 애비가 그런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기계적 장치들이 온몸에 담겨 있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떠오른 또 하나의 가족인 대니. 5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대니는 아동기 붕괴성 장애(CDD)를 앓고 있다. 급하게 퇴원(아니 연구소에서 나온 것) 하고 집으로 돌아온 애비는 기억이 아닌 검색을 하게 된다. 무언가를 듣고 보면 떠오르는 것들은 기억 속 이야기가 아니라 검색의 결과니 말이다. 하지만 애비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받은 코봇 애비는 그 기억의 파편들이 모여서 또 다른 무언가를 기억해 낼 수 있다. 근데 그 기억이 이상하다. 도대체 팀은 애비에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그들 사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일까?

완벽한 아내는 사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사람으로는 하기 힘든 영역이다. 모든 걸 능률과 효율을 계산해서 해내는 로봇이라면 모를까...? 처음 책을 읽을 때 적응하느라 쉽지 않았다. 흰색과 회색 음영이 들어간 페이지의 화자가 달랐기 때문이다. 읽으면서도 사실 헷갈렸다. 과연 누가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일까? 애비를 당신이라고 칭하는 걸 보면 또 다른 인물이 무언가를 지켜보며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신비로운 소설 퍼펙트 와이프. 더 걸 비포를 읽으며 한참을 빠져들어 읽었는데, 이번 소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당신이라는 표현과 고딕체가 왠지 모르게 묘한 기분을 자아냈다.) 의심하며 읽다 보니 또 빠져드는 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