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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신혼여행이라고 했다 -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두잇부부의 대책없는 신혼봉사!
김현영.홍석남 지음 / 키효북스 / 2021년 7월
평점 :
놀라웠다. 신혼여행은 일생에 한 번뿐인 시간이기에...
코로나 시대인지라 해외여행이 안되는 요즘을 제외하고, 보통의 신혼부부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일생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나 푹 쉴 수 있는 휴양지를 신혼여행지로 선택한다. 나 역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느 곳을 갈지를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쉴 수 있는 여행을 선택했었다.
근데 이 부부는 무려 봉사활동을 떠났다. 말이 1년이라는 기간 동안의 해외여행이라고 하지 실제는 봉사여행이었다. 그런 결심을 한 남편도, 남편의 그런 요청에 흔쾌히 수락한 아내도 참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두잇부부라고 불리는 사만다와 자말은 1년 동안 세계를 돌며 봉사여행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대기업과 방송 리포터를 그만두고 그들이 떠난 여행은 그 어느 것보다 값졌다. 사실 이 부부는 대단한 재력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었고, 알려진 사람(공인)도 아니다. 그들의 봉사 기록인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럼에도 이 부부는 참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필요한 곳이라면 이것저것 고민하지 않고 달려가고,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안타까운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모금을 벌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마냥 힘들다고 생각했던 봉사가 어느 순간 이들의 또 다른 목표가 되었음을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첫 봉사여행지인 인도에서 아내인 사만다는 참 많이 힘들어했다. 그런 아내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남편 자말은 당근과 채찍처럼 봉사여행과 신혼여행 일정을 준비한다. 인도 봉사여행을 마치고 그들은 몰디브로 떠난다. 물론 엄청난 고가의 풀빌라가 아닌, 작은 섬의 작은 숙소(하루 5만 원인)에서 지내며 진정한 신혼여행을 만끽하고 있을 즈음, 한국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사만다의 남동생의 아이(봉사여행 중 태어난 조카)가 갑자기 아파서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그 일을 계기로 사만다는 봉사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조카를 대신해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대신 나눠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몰디브 여행을 접고 아프리카로 넘어가서 보육원과 어린이집에서 봉사여행을 한다.
여행 에세이지만 특별한 여행 에세이인 이 책 가득 인류애가 느껴진다. 내가 가진 것을 손에 움켜지고 놓지 않으려는, 손해 보지 않으려는 나 자신이 마냥 부끄러워졌다. 특히 아프리카 보육원에서 공책을 선물로 주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던 이야기를 보면서 돈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우리의 커피 한 잔이 그들에게는 삶의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부분이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부부의 여행기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을 경험하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