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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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선의로 도배가 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치졸하기 짝이 없는 의도도 진솔한 기쁨의 근원이 될 수 있다.

아름답고 날씬한 여성 마리는 뭇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런 그녀는 남자들이 자신에게 빠져있는 걸 질투하는 여성들의 시선을 즐긴다. 아니 그 시선을 위해 산다. 자신을 보며 질투하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들의 시선과 기분이 그녀를 더욱 우쭐하게 한다. 사실 올리비에를 만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력한 약사 집안의 아들인 그와 함께 있으면 그녀들의 시선이 더욱 짙어진다. 부러움을 넘어 질투의 감정으로 마리를 쳐다본다는 사실에 마리는 만족한다. 마리는 19살에 임신을 하고 20살에 엄마가 된다. 모두의 선망과 질투를 받는 자리를 오래 간직하고 싶었던 마리에게 임신과 결혼은 빨라도 너무 빨랐다. 임신 기간 내내 그녀는 태교는커녕 아기에 대한 생각을 1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태어난 딸 디안을 마리는 모성애가 아닌 질투의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런 마리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친정엄마뿐이다. 그렇기에 사위인 올리비에가 디안을 장모에게 맡기려 왔을 때, 안쓰럽게 여겨 디안을 맡아줄 수밖에 없었다.

디안에게 마리는 엄마가 아니라 여신이다. 그저 그녀의 손길이나 눈빛 한번 받아보고 싶지만 마리는 디안에게 너무 냉혹하다. 마리에게만 색안경을 끼고, 마리에게만 불친절하다. 왜 마리는 유독 디안에게 쌀쌀맞게 구는 것일까? 진짜 딸을 질투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백설공주 속 왕비의 모습이 겹쳐졌다. 매일 아침 거울에 대고 "이 세상에서 누가 예쁘지?"를 외쳐 되는 그 왕비 말이다. 자신이 가장 예뻐야 하는데, 자신만이 돋보여야 하는데 디안을 칭찬하고, 디안이 예쁘다는 소시를 들으면 마리는 견디지 못해한다.

근데 이상하다. 디안의 여동생 셀리아가 태어났을 때 마리는 달랐다. 디안을 보는 눈과는 달리 셀리아에게는 사랑을 듬뿍 담아주었다. 남동생인 니콜라는 남자아이여서 그랬다지만, 셀리아는 여자 동생인데 말이다.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디안은 심장내과 교수인 올리비아와 친밀한 관계를 맺고, 그녀의 성공을 위해 돕는다. 그녀와 가까운 관계를 맺을수록 올리비아 또한 마리 못지않은 이상한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나도 두 딸을 키우는 엄마지만, 마리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그렇다고 올리비아 또한 정상적인 엄마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나를 너무 닮은(내 단점까지도 고스란히 닮은) 아이에게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오히려 역으로 가끔 화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학대나 무시를 수시로 하는 그녀 또한 정상적인 인격을 가진 엄마로는 낙제가 아닐까 싶다.

물론 엄마는 완벽할 수 없다. 아이를 낳는다고 모성애가 차오르지는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아이에게 늘 좋은 감정만을 지니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노력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마리와 올리비아의 모습을 통해 내 아이에게 나 또한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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