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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인간의 욕망이 갖는 부의 양면성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꽤 오래전에 같은 제목의 웹툰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도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에 끌려서 몇 편 보긴 했지만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은 없다. 그렇기에 소설과 같은 이야기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라면 고양이들이 등장인물이었다는 것 밖에는...
위대한 개츠비라는 작품은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한 명작 중 하나다. 사실 유명한 작품들(특히 고전소설)은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 소설보다 더한 막장이라던가, 명확한 주제나 스토리가 안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를 고민하는 게 더 어렵다 보니 개인적으로 고전이나 저명한 상을 탄 작품들은 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 역시 그중 하나였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한 개츠비는 화자가 아니었다. 마치 데미안처럼 말이다. 책의 화자는 닉 캐러웨이라는 인물이다. 그가 화자로 등장한 이유는, 육촌동생인 데이지와 이웃인 개츠비를 지켜보면서 이야기가 서술되기 때문이다. 닉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돌아왔다. 그는 살고 있는 중서부를 떠나 동부지방에서 증권업을 배우기로 한다. 그리고 동부의 웨스트에그 마을로 이주하게 된다. 웨스트에그보다 부유한 마을인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는 친척 데이지와 대학시절부터 안면이 있던 그의 남편 톰 뷰캐넌을 만나기 위해 닉은 그의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닉은 톰이 뉴욕에서 다른 여인과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데이지 역시 그 사실을 알지만 둘 사이는 지속된다. 바로 톰이 데이지가 원하는 많은 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닉의 이웃이자 밤마다 성대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는 닉이 보기에 좋은 사람이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매일 밤 파티를 여는 이유는 알게 된다. 바로 첫사랑인 데이지 때문이었다. 과거 가난 때문에 데이지와 헤어지게 된 개츠비는 데이지를 잊지 못한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소유하게 되지만, 이미 데이지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개츠비는 데이지를 만나고자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닉은 데이지와 개츠비를 연결시켜주는데...
솔직히 이번에도 줄거리로만 보면 막장의 기운이 느껴진다. 옛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부를 축적한 개츠비의 사랑에 연민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었다면 포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사랑은 소유해야만 하는 것일까? 반면, 사랑보다는 물질과 부가 우선인 데이지를 보면서 현대 드라마로 각색된다면 가장 욕을 많이 먹을 사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사랑보다 부를 택해서 결혼한 그녀이기에, 그녀의 삶에서 사랑은 장식품처럼 보인다. 신뢰도, 사랑도, 기쁨도 전부 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사랑 때문에 그녀를 만나고 싶은 개츠비, 사랑보다는 그가 가진 돈에 이끌려 개츠비를 만난 데이지. 그 끝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풀렸기에 더 여운이 남고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