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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심판 ㅣ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2
스테판 안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7월
평점 :
처음 접하는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다. 대부분의 시리즈 추리소설이 그렇듯 이 책 또한 형사 파비안 리스크가 강력 범죄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웨덴 국립 범죄수사국 강력반 형사이자 40대에 접어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남자. 보기에는 완벽해 보이는 그이지만, 수사만큼 가정도 완벽하지는 않다. 화가인 아내 소냐와 아들 테오도르, 딸 마틸다. 전시회 준비로 바쁜 아내와는 이미 이혼 이야기가 오고 갈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강력 범죄 담당 형사답게 사건이 터지면 여기저기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가정과 일의 중심을 지키지 못하는 건 이름난 형사라는 것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만났던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파비안 리스크는 일에는 완벽하지만 가정에는 소홀한... 그래서 더 안쓰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사건의 시작은 10년 전 건네진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한 사람이 죽어가며 남겼던 편지 한 장. 근데 편지 봉투에는 그저 이름 한 줄이 전부였다. 그렇게 편지는 바람에 날리고 날린다. 여러 사람에 손에 들어가는 편지는 히브리어로 쓰여 있었다. 그리고 한 여자의 손에서 그 편지는 주소와 우표를 붙인 채 전해진다. 아이샤 샤힌 앞으로...
법무부 장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비밀경호국에 호출된 파비안 리스크와 그의 상사인 헤르만 에델만. 모든 것이 비밀인 가운데 파비안 리스크는 수사를 시작한다. 법무부장관의 전화를 추적하기 위해 전 동료이자 파비안에게 흑심을 품고 있는 니바의 도움을 받는데, 법무부장관과 통화한 기록 중에 상사인 에델만이 있었다. 그리고 남겨진 의문의 음성녹음. 법무부장관은 또 다른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한편, 쌍둥이를 임신 중인 파비안의 동료 말린 렌베리는 회의에 참석했다가 덴마크인인 형사 두냐 호우고르를 만나게 된다. 두냐에게도 하나의 사건이 생긴다. 유명한 티비 스타의 아내가 자신의 집 침대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것이다. 같은 팀 형사들은 남편인 악셀을 범인으로 의심하지만, 두냐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건을 풀어가는 중 마주치는 희생자들은 끔찍한 모습으로 발견된다. 발견 장소도 다르고 시신의 훼손 모습도 다르다. 특이한 것은 희생자들의 각기 다른 장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티브이 속 수술 장면도 쉽게 보지 못하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추리소설 중 난이도가 상당하다. 책의 두께도 두께지만 자극적이고 잔인한 묘사가 생각보다 많다. 물론 그 모든 것이 사랑이라는 감정과 인간의 욕심과 탐욕에서부터 이어진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두께에 비해 몰입감이나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는 빠른 편이다. 근데, 사건보다 인물들이 겪는 각종 인간관계의 어려움들이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특히 두냐 주변에 있는 인간들(동거 중인 남자친구 카르스텐, 상사 슬레이스네르 등)이 자꾸 걸린다. 물론 파비안 주변에 있는 니바 같은 인물도 같은 종류겠지만 말이다. 사건 속 희생자만큼이나 걸리는 인간들 투성이기에 욕하면서도 자꾸 궁금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시리즈물이라고 하니 1편도 한번 보고 싶다. 좀 덜 잔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