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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일기 - 바닷가 시골 마을 수녀들의 폭소만발 닭장 드라마
최명순 필립네리 지음 / 라온북 / 2021년 8월
평점 :
우리의 시선은 건강한 놈들보다 장애가 있는 병아리에게 꽂혔다.
부모가 아픈 자녀에게 온통 마음이 가는 것이 이해가 갔다.
제목과 지은이가 매치되지 않았다. 닭장 일기라는 제목을 보면 꼭 양계장을 경영하거나 귀농한 분의 이야기 일 것 같았는데, 저자는 수녀님이다. 수녀님이나 신부님, 스님 등이 쓴 책은 아무래도 종교적 색채가 책 속에 상당히 스며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민스럽긴 하다.(그렇다고 안 읽지는 않는다. 기독교인이지만 우리 집 서재에는 저자가 스님인 책이 생각보다 여러 권 있다.) 근데, 닭장 일기라는 제목이 왠지 모를 궁금증을 자아냈다.
천주교의 수녀님의 글이지만, 제목처럼 일기문이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역시 주된 이야기는 닭과 병아리 이야기다. 저자인 최명순 필립네리 수녀님은 경남 창원 진동 요셉의 집에서 닭장을 돌보고 계시다. 궁금에서 검색을 해봤더니, 너무 멋진 배경이 펼쳐졌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근데 진동의 닭장은 좀 특이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계란이랑 병아리, 닭의 이미지와 뭔가 괴리감이 느껴졌다고 할까?
내용 중 계란을 담을 바구니를 안 가지고 가셔서 계란 세 개를 들고 오다가, 두 개를 떨어뜨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반성 차원에서 매일 한 알 먹던 계란을 사흘간 안 먹고 일반 계란을 드셨단다. 물론 가격으로 따지면 상당히 오랜 시간 안 먹어야 되었지만 사흘만 안 먹기로 했다는 이야기 속에서 의구심이 커졌다. 키우는 계란은 뭐고, 일반 계란은 뭐란 말인가? 또 닭이 회색(?)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계란 색도 청색이라니...
궁금해서 책에 등장한 단어 "청계"를 검색해봤더니 오! 세상에 파란색 계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가격도 시중에 우리가 접하는 계란보다 상당히 비싸다. 궁금한 터라 또 검색해보니 20구에 2.5만 원 정도 되었다. 개당 가격 천 원이 넘...ㅎㅎ 일반 계란보다 3배는 더 비싼 거 같다.
청계란을 키우는 닭장을 돌보는 수녀님의 일상은 계란으로 시작해 닭으로 끝난다. 닭장을 청소하고, 병아리를 돌보는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 물론 닭장 일기이기 때문에 닭들의 이야기와 병아리들의 이야기, 함께 돌보는 수녀님들의 이야기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많은 닭과 병아리들이 있지만 책 속에는 좀 더 특별한 존재인 정보석 병아리와 김진주 병아리가 등장한다. 사람 이름을 가진 이 병아리들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병아리들이었는데, 수녀님들은 이렇게 태어난 생명도 귀하게 여기고 아껴주신다.
길지 않은 일기 형식의 글이지만 곳곳에 따뜻함이 묻어난다. 생명의 소중함 또한 느끼게 된다고나 할까? 결혼을 안 한(?) 수녀님들이지만 마치 엄마의 모습으로 한 생명 한 생명을 돌본다. 기억에 남는 건 걔중에 불량엄마 닭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알을 품기보다는 놀러 다녀서 알이 썩는 일이 벌어지니 말이다.
생명의 소중함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힐링을 느끼게 된다. 수녀님들의 일상 이야기지만 공감과 함께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