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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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나는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작가를 알게 되고 역주행을 하는 경우가 참 많다. 특히 시리즈물의 경우는 마지막 권을 읽고 다시역주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의 작가인 온다 리쿠 역시 상당히 유명한 작가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만나며 알게 되었는데, 서점 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데, 온다 리쿠 작가의 경우 동시의 수상을 했다니 더욱 기대가 되었다.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은 산타. 이름이 참 특이했다. 나 역시 산타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산타클로스가 생각났으니 말이다. 근데, 주인공은 이 이름에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다.( 어렸을 때는 특히 이름으로 별명을 지어 부르는데, 일본도 비슷한가 보다. 나 역시 성에 대한 별명이 상당수 있었고, 당시는 너무 싫었다ㅠ) 그래서 그런지 8살 터울의 형 다로는 산타라고 부르기 보다 "동생아"로 부른다. 사실 산타는 일본어로 셋째 아들을 뜻한다고 한다. 근데 산타와 다로는 둘뿐이다. 8살 터울인 둘 사이에 누군가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관계로 답을 알 수 없다. 두 형제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할아버지의 직업은 목수다. 그렇다 보니 창고에 자재와 문고리 등이 상당한데, 형인 다로는 어렸을 때부터 문고리를 좋아하고 지금도 문고리를 비롯한 오래된 쇠 장식을 손질하기를 좋아한다.

언젠가 중학교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가 산타와 함께한 여자아이를 본 적이 있는데, 산타는 그 아이를 혈연관계로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 기억이 없던 산타는 형 다로에게 이 이야기를 하게 되고 형은 뭔가에 동요하는 눈빛을 띤다. 그 존재에 대해 형은 스키마와라시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있는 단어는 아니고, 다로가 만든(실제로는 작가가 만든) 단어이다. 스키마와라시는 극간동자. 기억에 깃들어 있는 정령이라 말할 수 있는 존재인데, 그들의 입으로 단어를 뱉은 후, 스키마와라시가 그들의 삶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얼마 후 가게를 찾은 주위 사람들을 통해 들은 스키마와라시의 존재. 건물 철거 현장에 흰색 원피스에 밀짚모자를 쓴 여자아이를 봤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타일, 문고리, 장신구... 오래된 물건에 손을 대면 산타는 뭔가를 보게 된다. 과연 산타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 것일까?

사람들은 새 물건,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작가는 오래된 것, 허물어져 가는 것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물건에 담겨있는 추억, 기억, 소중했던 감정들이 마치 정령이 되어 깃들여 있는 것처럼 주인공 산타를 통해 그 기억을 조금씩 일깨워준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나 또한 책을 읽으며 추억을 곱씹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작가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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