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 지친 마음에 힘이 되어주는 그림 이야기 자기탐구 인문학 5
태지원 지음 / 가나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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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올여름은 버티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로 큰 아이 가정 보육을 하고 있고, 둘째 아이 케어와 기본적인 집안일, 밤에도 내리지 않는 기온 덕에 하루 종일 집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사는 생활이 벌써 한 달째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내 식사는 건너뛰거나 간단한 걸로 때우다 보니 결국 몸 이곳저곳이 아우성을 친다. 숨 쉴 구멍이 있어야겠기에 그래도 자는 시간을 줄이고, 아이가 잘 때 책을 들게 된다. 결국 하루 종일 바쁘게 보내다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때는 육퇴 후 밤이다.

그래서 그러지 책의 내용도, 제목도 너무 가슴에 사무칠 정도로 다가왔다. 작가와 나는 상황이 참 비슷하다. 나이도 동갑이고, 성격도 비슷하고, 육아휴직 중인 거까지 같으니 말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녀는 그림으로 위로를 받고, 나는 그녀가 쓴 책으로 위로를 받는다는 정도?

나는 그림이 어렵다.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느낀 대로 이해하면 된다고 하지만,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건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림 해설서를 읽는 편이다.

5가지 위로의 주제가 책 속에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주제는 첫 번째 주제였다. 나는 자존감이 많이 낮은 사람이다. 완벽주의 경향도 있다 보니 스스로를 칭찬하는 데 상당히 인색하다. 문제는 그런 성향이 육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이 둘과 24시간 부대끼며 살다 보니,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날이 계속된다. 말 못 하는 둘째보다, 큰 아이에게 화살이 돌아간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이미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를 볼 때도 많다. 그런 내 모습을 다시 곱씹다 보면 또 나는 왜 이리 부족한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한다. 그런 생활이 계속 반복된다. 근데 저자는 그런 내게 조곤조곤 마음을 터놓는다.

'너만 그런 게 아냐. 너무 자책하지 마. 잘하고 있어.'

저자의 글과 그림이 함께 시너지를 발휘해서 내게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여러 페이지 있었다.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아 잠깐 책을 접기도 했었고 말이다.

예전의 나를 미워하는 데 오랜 시간 마음을 쓰고 있다면

이제 과거의 나를 그만 구박하고 마음에서 놓아주어야 한다.

약간 어리석고 바보 같았을지라도

과거의 당신이 '옳지 못한 것'은 아니다.

바꾸고 싶은 과거를 생각할 때 기억해두자.

그때 당신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어린 시절 나는 내가 참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20살이 되면, 30살이 되면, 40살이 되면... 뭔가를 제대로 갖춘 사람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불혹은 코앞에 둔 지금 나를 돌아보면 한숨이 나온다. 근데 저자 역시 나랑 똑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 한 줄이 내겐 참 큰 위로가 되었다.

책 속에는 그림을 보며 저자가 느꼈던 여러 감정들이 녹아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 스스로에게 준 상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 위로가 필요할 때... 아마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와닿은 책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울컥하고 공감되고 위로받아서 오늘 하루를 또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오늘은 아이와 나에게 좀 덜 화내고, 좀 더 사랑해 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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