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 - 개정판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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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필요할 때는 필요한 줄 모르니까 원하지 않고.

어찌어찌하여 원치 않았던 필요가 충족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것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산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29살 대학원생 한명재는 폐결핵에 걸렸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컸던 명재는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교외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자기만의 방에 들어가 평소 하고 싶던 독서를 잔뜩 하면서 지내다 보니 누구의 방문도 편하지 않다. 여자친구인 P의 방문조차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한 남자의 방문을 받는다. 몸이 아픈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는 모 대학 심리학과 교수라는 그 남자는 명재에게 아버지에 대해 묻는다. 아버지가 없다는 명재의 대답에 돌아가셨는지를 묻는 교수. 부모님이 이혼했고, 아버지는 없다는 그의 말에 심리학 교수답게 아버지 부재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자리를 뜬다. 그때부터 명재는 아버지에 대해 인식하게 된다. 사실 명재는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이름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아버지 없는 자리를 그동안 느끼지 못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역할까지 다 해줬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교수의 물음은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그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잠을 설치게 만들기까지 했다. 결국 명재는 다시 교수를 찾아가지만 교수조차도 그 물음에 정확한 답을 해주기 어렵다. 교수와의 이야기 후 명재는 외삼촌에게 연락하게 되고, 결국 아버지의 소재를 알게 된다.

그 밤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있는 곳을 안 명재는 아버지를 만나러 무작정 길을 떠나게 되고 그렇게 궁금하던 아버지를 결국 만나게 되는데...

얇은 소설이지만, 답답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등장인물의 심리를 적절히 묘사한 것 같다. 폐결핵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젊은이기에 상황과 병이 절묘하게 겹쳐지면서 더 답답함을 야기한 것 같다. 나를 세상에 내보낸 존재가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큰마음을 먹고 찾아간 자리에서 나를 부정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물론 상황이 우연히 또 소설처럼(소설이지만...) 맞아떨어져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또 아들(혹은 딸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버지가 인정하지 않으면 내 존재는 부정되는 것일까? 30여 년 동안 없던 아버지의 부재를 불러일으켰지만 그를 만난다고 드라마틱 한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게 현실이겠구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책 속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는 시작만 하고 그대로 내버려 둔다. 독자의 상상의 맡기는 것이겠지만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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