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놓아줘 - 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
에드워드 독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달의시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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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지만큼 책 내용을 잘 담고 있는 그림이 있을까? 처음 표지를 접했을 때 파란 하늘과 눈 덮인 산의 배경이 시원하게 다가왔다. 그저 하늘만 보였을 뿐, 하늘 위에 날고 있는 밴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표지를 보니 뭉클하고 안타깝고 하는 여러 감정이 표지 속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비슷한 시기의 아버지에 대한 책을 두 권 만나게 되었다. 둘 다 아버지였지만, 다른 삶을 살고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너무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겹쳐지지 않고 다채로웠다.

내 손을 놓아줘는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실제로는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이야기다. 바로 아버지의 죽음에 닿은 이야기기 때문이다. 영국인이자 영어를 영국이 전 세계에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영문학자 아버지는 막내아들인 루와 함께 길을 떠난다. 그에게는 삼 형제가 있다. 쌍둥이자 전 처의 아들인 잭과 랄프, 그리고 루. 루의 엄마 율리아와 사랑에 빠진 아버지는 가족을 잃었다. 사이가 좋던 부모와 의절하게 되었고, 사춘기였던 두 아들은 아버지와 멀어졌다.

이제 아버지는 오래된 밴을 타고 아들 루와 스위스 디그니타스를 향해 간다. 디그니타스가 어디일까? 왜 이들은 그곳을 향해 가는 것일까? 존엄사가 합법인 곳. 바로 그곳에서 자신의 삶을 마감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루게릭병이다. 점점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자신의 마지막을 자신의 힘으로 끝내고 싶어 한다. 4일의 여정이라고 하지만, 책 두께와 폰트는 상당하다. 아마 죽음을 앞둔 아버지와 아들들의 이야기기 때문일 것이다. 4년 전 엄마를 잃은 루는 이제 고아가 될 기로에 서 있다. 성인이지만, 엄마의 죽음과는 또 다를 것이다. 아직 아버지는 살아있기 때문이다. 루와 아버지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가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 아버지는 루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하고 싶지 않아 했다. 하지만 루의 마음은 달랐다. 아니 자신뿐 아니라 형들에게도 정확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아들들과 아버지는 마지막을 향해 간다. 사랑하지만 미워하기도 했던 여러 감정이 섞인 그들의 마지막 여행은 그 감정만큼이나 다채롭다.

죽음의 이야기는 참 무겁고 무섭다.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자살의 성격(존엄사나 조력사 포함)을 띈 죽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도 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 남겨진 사람 또한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정해진 마지막을 그들은 어떻게 풀어나갈까?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도 막상 내 상황은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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