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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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게 쉽지 않은 때를 지나고 있다.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막상 닥치니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화를 내지 않아야지...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먹지만, 큰 아이가 하는 행동을 보면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게 낼 수 있는 가장 큰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눈물 뚝뚝... 공포에 질린 듯한 큰 아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스스로에게 엄마 자격 없음을 탓하고 또 낮은 자존감은 끝없이 바닥을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또 반복 반복... ㅠ

초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을 읽으며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사실 육아 스트레스를 풀 때 없는 요즘, 내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와 함께 자기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십수 년을 방송 작가로 일해온 그녀는 여러 가지 아픔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기억을 털어놓는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했던 남편은 사표를 내고, 본인 또한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결국은 원형탈모까지 앓게 된... 그럼에도 그 마음의 여유와 다독임이 부러웠다.

이제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이 책을 읽을 즈음, 복직을(안 되면 퇴사ㅠ) 놓고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 또한 십여 년 다닌 회사를 정리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아픔과 고통이 더 피부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인생 전체의 고민 중 일부에 지나지 않을 고민들임에도 늘 문제가 생기면 똑같은 반응을 한다. 왜 시련은 담담해질 수 없을까? 그럼에도 저자의 저 한 문구가 가슴에 큰 파문과 위로를 더해주었다. 내가 느끼지 못해도 하나의 문제와 고통을 겪어내고 나면 다음번에는 좀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강하지 않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글들 속에서 왠지 모를 위로와 다독임 그리고 때론 채찍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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