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 계절마다 피는 평범한 꽃들로 엮어낸 찬란한 인간의 역사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4
캐시어 바디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쁜 꽃만 생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여러 가지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묵직한 여운이 가득한 책이었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꽃은 희로애락의 때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매개물임에 틀림없다. 사랑, 죽음, 계층, 패션, 날씨, 예술, 질병, 국가에 대한 충성, 종교나 정치적인 이유, 우주를 향한 도전이나 시간의 흐름 등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각 계절별로 4종류의 꽃이 등장한다. 4계절이니 총 16종의 꽃을 만날 수 있다. 단지 꽃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제목 그대로 세계사 속에 큰 영향을 미쳤던 그리고 미치고 있는 꽃들이 등장한다. 물론 익숙한 꽃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꽃과 관련되어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낯선 이야기들이 더 많다.

개인적으로 여름 파트에 등장했던 해바라기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밝은 노란색 꽃잎이 왠지 모르게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서는 정신질환을 상징하는 색으로 그려졌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전력이 있는 화가 반 고흐가 해바라기의 심취해서 해바라기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것은 참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원전 사고가 있던 곳에 해바라기 정원이 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불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해바라기가 오염된 땅과 지하수에서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는 식물 정화 기능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2011년 후쿠시마와 1986년 체르노빌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해바라기 정원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주의 환기가 되는 부분이었다. 왠지 해바라기를 그저 밝고 건강하게만 보기에는 찝찝하다고나 할까? 물론 인간들에 의해 이용된 죄밖에 없긴 하지만...

역사의 순간순간 등장하는 꽃들. 그리고 그 꽃이 담는 의미들이 시대마다 달랐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우리 주변에도 참 많은 종류의 꽃이 있다. 책을 읽은 후 다시 만나게 된 꽃들이 왠지 그동안 봤던 것과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은 아닐 듯싶다. 아마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꽃에 담긴 의미는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다. 역사는 계속되기 때문에 말이다. 꽃과 함께한 묵직한 세계사 이야기는 꽃향기만큼이나 매력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