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서가명강 시리즈 17
김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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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특이하고 색다른 건물의 모습이다. 사실 건축은 우리 주변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곳 또한 건축을 통해 만들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공간의 영향을 꾸준히 받는다. 그렇기에 건축은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분야이자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삶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실 건축에 대한 기틀을 잡거나 이론을 설명하기보다는 인문학적 관점에서 건축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전자였다면 사실 나와 같은 비 전공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었겠지만, 후자였기에 오히려 흥미롭게 접하면서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내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첫 부분(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부터 상당히 놀라웠다. 보통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아름답게 포장하는 경우는 있어도, 부정적 느낌의 단어(불순, 이기적, 욕망 등)를 전면에 등장시킨 적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사용한 단어들의 의미는 오히려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솔직함을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건축은 건축자나 건물주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용할 사용자의 의견과 생각을 담아내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예로 든 건물은 바로 학교 건물이었다. 단지 학생을 수용할 만한 교사(敎舍)가 필요하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건물을 사용할 미래의 학생들을 위한 배려와 그들이 실제로 원하는 바가 투영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건축된 학교를 보면 학생들의 의견보다는 교육청 혹은 교육공무원의 의견과 생각이 대부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교와 같이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학생들이 사용할 건물에 미래의 사용자들의 의견을 담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교육의 편의성이나 공간의 효율성 만큼이나 학생들을 위한 생각이 담겨있어야 진정한 건축이라 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나 역시 찬성한다.

건축을 통해 사회를, 개인을, 미래까지 발견하고 논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선했다. 사실 깨닫지 못했을 뿐 저자의 이야기는 이미 우리가 체감하고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단지 건물만 아닌 우리의 삶을 짓는 건축 이야기를 통해 또 새로운 분야의 실제적인 지식을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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