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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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심판에는 시효가 없다.

 우리가 접하는 참으로 기묘한 장면이 하나 있다. 감옥에 수감되는 재계 인물들이나 정치인들이 들어가기 전에는 멀쩡하다가, 감옥에만 들어가면 급 휠체어 신세가 된다는 것이다. 마치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들처럼 혼자 거동을 할 수 없는 지경의 모습을 보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풀려나면 다시 원래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함이란... ㅎ

 오랜만에 속이 뻥~뚫리는 사회파소설을 만났다. 사실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상황들이기에 소설 속 상황으로 대리만족을 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만약 소설 속 상황이 실제로 한두 개만이라도 벌어진다면, 사회의 악들이 눈치를 조금은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역사학 교수인 최주호는 25년 전 동창인 허동식의 급작스러운 연락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만남에 허동식은 최주호가 쓴 칼럼들을 언급하며 생존하고 있는 유일한 친일파 노창룡에 대한 자료들을 요청한다. 결국 최주호는 우편으로 허동식이 요구한 자료를 보낸다. 얼마 후 노창룡이 급거 귀국했다가 살해당했다는 뉴스가 1면을 장식한다. 기사를 읽은 최주호는 자신이 허동식에게 보낸 자료가 노창룡을 살해하는 데 쓰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고, 허동식을 찾아 나서게 된다.

 윗선에 의해 노창룡 살해의 주범에 대한 수사를 지시받은 검사 우경준은 노창룡의 시신에 새겨진 두 개의 숫자를 보고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숫자의 비밀을 알게 된 우경준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직 범인이 누군지 감도 안 잡힌 상태에서 집행관들에 의한 두 번째 사건이 발생하는데...

 소설이지만, 실제 우리 삶의 모습을 교묘히 담고 있다. 집행관들에 의해 형이 집행되는 인물들은 누가 봐도 죽을 만한!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미꾸라지처럼 자신이 가진 힘과 뒷배를 통해 빠져나온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아마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설 속 집행당한 인물들과 같은 일을 저지른 인물들이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밤잠을 설치지 않을까?

 집행관이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처벌을 받는 현실이 참 씁쓸하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배우지만, 우리가 학창 시절 배웠던 사실과 다른 현실을 우리는 참 많이 경험하지 않는가? 물론 그 배경에는 돈과 인맥, 권력 등이 담겨있지만 말이다. 그나마 소설 속에서라도 현실과 달리 갑질러들이 처벌을 받게 되어서 속이 시원하다. 그저 살해만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자신이 했던 방식으로 돌려받게 되어서 더욱 사이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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