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야, 손을 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렴.
손을 펼 때 뜻한 대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어.
안락의자 알지? 안락의자가 되어보렴.
누군가가 편안히 앉을 수 있는 안락의자.
넌 분명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많은 기억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는 모든 기억을 하게 하는 주사를 맞았다. 고통 속에서 그에게 들려온 음성은 자신의 나이만큼 그
기억을 글로 풀어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생각나는 기억을 49개의 글로 풀어낸다. 이상하게 그 기억 속 인물은 시아라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 음성의 말대로 하나씩 풀어낼수록 머리가 개운해짐을 느낀다.
소설의 작가와 같은
이름의 주인공인 시아. 아버지와 언니. 시아 그리고 그미. 이렇게 4명이 가족이다. 엄마가 아닌 그미... 왜 시아의 기억 속에는 왜 엄마가
아닌 그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던 것일까?
나 역시 딸을 키우는
엄마이자, 여동생이 있다. 사실 아이 입장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인 부모는 아이의 일생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다. 부모의 행동이나 말투,
반응 등은 아이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평생을 잊을 수 없는 강한 상처로 자리 잡기도 한다. 시아의 기억 속 엄마는 시아에게 사랑보다는 상처를
먼저, 많이 주는 사람이었다. 시아의 행동에 대해 화내고, 소리 지르고, 욕하고, 때리고... 그랬기에 그녀는 어려서부터 자신감이 없었고
누군가와 어울리는 법을 몰랐고, 모든 원인과 결과가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하며 자란다.
문제는 그미가 시아와
시아의 언니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언니의 잘못에 대해서는 넘어가거나, 오히려 고자질했다는 이유로 시아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언니는 시아에게 좋은 친구이긴 하지만, 그미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존재이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가족 아빠. 아빠의 존재는 다른 가족들 보다
시아에게 그나마 가족인 존재이지만, 또한 부담스러운 존재기도 하다. 사업이 잘되면 승승장구하며 좋은 집에 살다가, 사업이 잘못되면 단박에 이사를
가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아빠. 시아에게 화를 내는 그미를 보면 꼭 싸움을 하는 아빠.
다행이라면 시아가 그
고통스러운 일상 속에 갇혀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상처투성이에 자신이 누구라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했던 시아는 한 계기를
통해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더 이상 그미가 아닌 엄마를 찾기 시작한다. 물론 그녀의 변화에는 엄마와 똑같은 사람이 되지
않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다.
상처 하나하나를
내보일수록 시아는 더욱 강해진다. 그녀의 변화가 반갑고, 그녀의 상처가 안타까웠다. 어린 시절 상처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독자라면 시아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