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섬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한 남자에 대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함께 서점을 운영하던 아내가 죽고, 잠깐 운동 나간 사이에 버려진 아이를 키우며 생활을 하는 이야기였는데 서점 이야기와 함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꽤 기억에 남는 책이었다. 그리고 몇 주 후 만나게 된 서점 일기.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서점 혹은 책에 대한 이야기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 마치 관심 있는 연예인을 하듯이 서점이나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 풀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저자인 숀 비텔이 들으면 당신이 진짜 책을 좋아하는지 의심의 눈초리를 겨눌지 모르겠지만...)
각설하고 서점 일기라는 제목의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나 역시 처음에는 소설인가 했다.) 저자인 숀 비텔이 실제 스콜틀랜드 위그타운에서경영하고 있는 중고서점 더 북숍에서의 하루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 온 손님은 몇 명이고, 매출은 얼마나 되는지와 인터넷으로 판매한 책과 찾은 책 수치까지 매일매일 꼼꼼하게 적혀있다. 날짜를 보면 365일 무휴인가 싶을 정도로 매일의 기록이 이어진다. 시작은 2월부터... 서점을 경영하면서 일어난 이야기인데, 보통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나 직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중고책을 구매하러 가서 있었던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다. 생각보다 까칠하고, 친절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게 또 비텔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함께 일하는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렇고, 특히 중고책 매입하면서 일어난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을 막 사랑하고 애정하고 이런 분위기보다는, 아무래도 서점 주인의 입장에서 잘 팔리는 책, 팔릴 거 같은 책을 선별하는 모습들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특히 책 정리를 요청하는 고객들 중 사망한 고인에 유품정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상당한데, 본인과의 거래가 아니라 제3자와의 거래라서 책을 통해 고인의 모습이나 관심사를 짐작하는 모습을 보면 주인답다. 때론 예상치 못한 소득(유명 인사의 사인이 담긴 도서라던가...)을 주는 책을 만나면 바로 경매 사이트 등록을 생각하고, 매장이 협소하기에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나름의 현대적인 면모도 상당수 있다. 물론 직원들이 안 따라주고, 갖은 핑계를 되기도 하지만...ㅎㅎ
개인적으로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아닌 편견을 깨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여유가 있다면 생계 걱정 없이 작은북카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밥벌이가 되면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라는 다르지만 숀 비텔의 서점 일기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해본 것 같다. 책을 읽고 나서도 중고서점이든 서점이든, 역시 뭔가를 경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