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만화로 읽는 사마천의 사기가 5권에 접어들었다. 방대한 양의 사기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만화로 먼저 접할 수 있어서 그런지 한결 가볍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새로운 편을 만날 때마다, 시대와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여러 가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번 편은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사실 이름 외에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5권을 통해 좀 더 사기 속 등장했던 인물들에 대해 알아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사기 자체가 중국사라고는 하지만, 저자인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가 중국에서도 전한 시대였기 때문에 중국 고대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역사임에도 사람이 사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에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뛰어난 재능이나 두뇌를 가지고, 정도를 걷는 사람임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인생사의 이치일까? 그동안 5권의 만화 사기를 통해 만났던 인물들을 살펴보자면, 끝이 좋았던 경우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젊은 시절, 등용되었을 때는 모든 것을 다 이루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였던 인물들이 자신의 탐욕 혹은 반대파에 의해 낙오하게 되는 경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편에서는 책의 곁들여 사마천의 인물에 대한 평가를 만날 수 있는 페이지가 좀 많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의 시황제의 생부로 알려진 여불위와 한비자의 저자 한비에 대한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지금도 투자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히 여러 사람의 관심사 중에 하나일 것이다. 타고난 장사꾼이자 투자가인 여불위는 물건이나 부동산이 아닌 사람에 투자를 한다. 바로 조 나라에 볼모로 잡혀 온 황제의 둘째 아들 자초를 통해서 말이다.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어 조나라에서 자초가 유력인사들과 친밀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진나라 황제의 총애를 받던 후궁을 통해 안국군의 양자로 들이기에 성공한다. 안국군 사후 자초가 장양왕이 되고, 여불위에게 많은 권력이 위임된다. 물론 그와 함께 자신의 첩이었던 무희를 장양왕의 후궁으로 넣어 이미 임신 중인 그녀로 하여금 아들을 낳아 자신의 아들이 황제에 오르도록 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결국 시황제가 집권하면서 밝혀지게 되고 여불위의 최후는 비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