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팜
조앤 라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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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태어날 둘째를 품고 있는 워킹맘이다. 첫째와 터울이 상당한 관계로 출산까지 2달이 채 안 남은 지금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 임신과 출산은 엄마가 되려면 거쳐야 하는 어쩔 수 없는 길이라고는 하지만, 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생명을 품는 것은 숭고한 일인 것은 맞지만, 그를 위해 겪어내야 하는 고통은 사실 겪어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

내 주변에도 워낙 난임이 많기도 하고, 몇 년을 몸과 마음고생을 하다 아이를 낳은 가정들이 꽤 있다. 그런 고생 끝에 아이가 생기고, 출산을 하게 되면 그래도 낫다고 해야 할까? 몸과 마음에다 재정적으로 많은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결국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아이를 꼭 낳고 싶은 가정들임에도 난임으로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사실 이런 가정들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입양 외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바로 대리모다. 자궁이 건강하지 않거나, 나이가 많아서 임신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없을 경우 선택하는 방법 말이다.

문제는 그런 이유가 아닌, 자신의 신체가 망가지는 것(이렇게 표현하면 그렇지만, 실제 출산을 하고 나면 신체의 상당한 부분이 망가지고 시간이 지나도 원래대로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을 피하기 위해서나 여타 다른 문제들로 인해 대리모를 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재벌들을 보면서, 어차피 사람이라면 출산의 고통(제왕절개든, 자연분만이든) 은 느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재벌이라고 출산에 다른 방법을 쓰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하지만 책 속에 등장한 인물들은 소위 재벌축에 속하는 경제적 부가 상당한 부부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리모를 선택할 수 있다. 기왕이면 백인이고, 신체적 조건이 좋고, 집안 내역이 좋고,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을 선택한다. 선택된 대리모들은 프리미엄급의 대우를 받는다.

처음에는 필리핀 출신 베이비시터 아테 에벌린과 그녀의 사촌이자, 출산한 지 오래지 않은 아말리아의 엄마인 제인 레예스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테는 출생 10주 안에 통잠을 잘 수 있게 만드는 숙련된 베이비시터다. 덕분에 그녀의 인기는 상당하다. 그녀를 찾는 부부들은 역시나 상당히 부유하다. 나이가 많은 아테는 아말리아를 돌봐주고 제인을 자신의 일에 소개한다. 근데 그녀의 실수(아이에게 자신의 젖을 먹인)로 인해 결국 베이비시터를 그만두게 된다. 제인에게 아테는 대리모 일을 제안한다. 베이비시터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제인은 대리모 리조트(내가 보기엔 사실 공장이 맞지 않을까?) 골든 오크스 농장으로 향하고, 대표인 메이 유를 만난다. 그녀는 제인에게 호스트(대리모)로 선발되게 되면 9개월간 월급과 함께 전담의, 영양사, 트레이너, 마사지사 등이 돌봐주고 무사히 출산하게 되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보기에는 최고의 대우에 자신의 몸만 빌려주면 된다고 하지만, 과연 좁은 닭장에 갇혀 알을 낳는 닭과 무엇이 다를까?

사실 제일 찝찝했던 것이 생명을 돈으로 산다는 개념이었다. 대리모든 실제 엄마든 9개월간 생명을 배에 품고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한다. 아이 또한 그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일명 태교 말이다. 근데 과연 대리모는 아이를 위해 어떤 생각을 할까? 어차피 생각은 어떤 누구도 침벌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와 함께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담겨있다. 백인 우월주의, 외모지상주의 등 말이다. 어차피 임신과 출산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똑똑한 부부라도 그들을 꼭 닮은 아이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돈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물질 만능주의가 제대로 드러난 소설이었다. 자신의 다른 꿈을 위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위한 그녀들(제인, 레이건)의 선택과 이야기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가득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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