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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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길지만,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어긋나는 대화와 어느 과거에 관하여라..." 이제는 익숙한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소설 네 작품이 담겨있는 단편소설집이다. 한 작품마다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다르지만, 하나로 귀결되는 것이 있다. 같은 경험을 한 당사자라도 각자의 상황과 처지에 따라 느끼는 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과거의 어떤 경험과 그 당시에 경험했던 감정들이 현재에 영향을 미쳐 관계를 깨뜨리거나, 상처를 받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에 과거는 이미 벌어졌고, 그만큼의 시간이 흘렀기에 되돌릴 수 없다는 조금은 아프고 잔인한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매 순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네 개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두 번째 수록된 돋보이지 않는 아이라는 작품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마쓰오 미호. 그녀가 가르쳤던 유명한 아이돌이자 5인조 남성 그룹 메이즈의 멤버 다카나와 다스쿠가 프로그램 차 학교를 방문한다는 이야기였다. 과거 다스쿠의 남동생 하루야의 담임이었던 미호는 사실 다스쿠에 대한 진한 기억이 없었다. 동생에 대한 기억도 말이다. 그저 조용하고 눈에 띄지 않는 아이였다는 기억만 있을 뿐...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면, 다스쿠가 당시 입장문을 만들었는데 담임교사는 다스쿠의 의견에 반대했지만 미술 담당이던 자신은 그의 의견을 지지해 줬다는 것이다.

다스쿠의 촬영이 끝난 후, 미호는 다스쿠와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못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던 다스쿠가 미호를 향해 인사를 건네게 되고, 둘은 다스쿠의 의견에 따라 이야기할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다스쿠의 입에서 나온 말에 미호는 당황하게 된다. 미호의 기억과 달리 다스쿠는 미호에 대해 상당히 반대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미호와 그런 미호에 관심 밖이었던 다스쿠 형제. 그 일로 하루야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결국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미호는 하루야가 예민한 아이였기에 자주 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했고, 다스쿠가 반으로 찾아와 하루야가 아파서 병원에 가서 결석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그때 보인 미호의 반응은 평생을 다스쿠에게 상처로 자리 잡게 된다. 결국 다스쿠는 미호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달라는 말을 건네고 떠나게 되는데...

사실 상처를 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상처를 받은 사람은 사건에 따라 평생 짊어지는 상처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요 근래 한참 이야기되었던 학폭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인 것 같다. 미호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상처를 주겠다는 생각 없이 그저 내뱉은 말과 행동일 수 있지만, 그 말에 상처를 받은 다스쿠와 하루야 형제는 그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츠지무라 미즈키 작가는 그런 상황들을 통해 우리의 과거의 행동과 말이 현재와 미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각 작품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속에 담긴 의미는 참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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