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작 작가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소설을 다시 만날 기회가 생겼다. 특이한 제목의 이 작품은 명랑한 갱 시리즈로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 권 중 마지막
책만 만나봤기에, 앞의 내용이 사뭇 궁금했다. 사실 앞 이야기를 몰라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지만 말이다.
4인조
은행강도(구온, 교노, 나루세, 유키코)인 명랑한 갱들은 첫 장면부터 정말 특이했다. 대부분 무장하고 들어가 위협하는 것이 보통인데, 교노는
4분간 은행 직원들과 손님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뛰어난 언변을 자랑한다. 이미 누군가가 방범 벨을 눌렀기에 자신들에게 남은 시간이 4분 밖에
안된다는 이야기뿐 아니라 4분간만 협조해 주면 모두 문제없이 끝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가방에 돈을 털어 넣은 후 나가는 와중에
의협심 강한 경비원에 의해 구온은 왼팔에 부상을 입게 된다.
은행강도라는 것만
제외하면 그들의 일상도 일반인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나루세는 공무원이다.), 동물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가진
사람(구온)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그들이 얽히기 시작한 것은 한 호텔에서였다. 유키코의 아들 신이치와 부딪친 한 남자가 엄청 화를 내고,
구온은 신이치의 복수를 위해 지갑을 훔친다. 하지만 나루세에게 사실이 발각되고 결국 구온은 남자에게 지갑을 돌려주려 그가 묵은 방을 찾아간다.
지갑의 주인인 히지리를 찾던 중 그를 습격하려던 괴한을 발견하고 히지리를 구해준 구온. 정신을 잃었던 히지리를 방으로 데려다주게 되고, 그 시간
뉴스에서 구온 일행의 은행강도 행각과 함께 경비원에 의해 왼손을 부상 입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문제는 큰 은혜를
입은 히지리가 구온을 의심하고 4인방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연거푸 일어나게 된다. 히지리는
구온과 그 일행을 은행강도라 확정하고 오히려 그들을 협박하기 시작하는데...
4인조 은행강도의
이야기와 히지리 그리고 히지리를 습격하려고 했던 괴한의 정체까지...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기에 잠시도 멈출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 차있다.
왠지 은행강도 같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와 각 장마다 각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내용 그리고 주제까지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기에 이런저런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큰 장의 이야기를 한두 줄로 요약해놓은 것은 궁금증을 더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나루세였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혜안에 정말 숨이 턱턱 막혔다. 가십거리를 이용해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자살까지 이끌었던
히지리의 인간성에 큰 복수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들었다. 시리즈물이라고 하니 전 작에서는 4인방을 둘러싼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 지 궁금해서 역주행을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