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책을 만나기 전의 이상과 구보 박태원 작가에 대한 이미지와 책을 읽은 후 이상과 구보 작가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이상도 구보도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작가로 유명하지만,
경성 탐정을 통해서 작가보다 탐정으로 더 윤곽을 드러낸 두 작가 덕분에 순식간에 작품 속에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1~4권 중 1권만
읽었던 터라 2.3.4권의 이야기는 모르지만, 1권이 단편 소설 느낌의 사건 추리였다면 마지막 5권은 장편 느낌이 강하다. 앞에서의 악의 축과
모든 사건을 정리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1권에도 나온 악 류 다마치 자작은 이번에도 등장한다. 가면 뒤에 감춰진 모습으로 말이다.
독일계 슈하트 학교에서
여학생 한영미가 실종된다. 자산가의 서녀였던 영미의 실종사건을 맡은 이상은 구보와 함께 교동도로 향한다. 섬으로 향하는 증기선 안에서 구면인
소유미를 만나게 된 두 탐정. 그녀는 슈하트 학교에 입학생인 아가씨 주안나를 보필하는 경호원이었다. 또한 이상은 증기선 안에서 자신의 후배이자
건축기사로 근무하는 하동민도 만나게 된다. 잠깐의 대화 후 갑자기 증기선 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손님들의 표를 확인하고 이름을
확인하던 이상은 후배 하동민의 이름도, 모습도 사라진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기게 되고, 증기선은 교동도에 도착한다. 교동도에 도착한 두 탐정은
왠지 모를 음습함이 드는 섬 만큼이나 학교 관계자들이 왠지 모르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교장인 오수연과 이사장인 사라.
총무 김송원...
한영미 실종사건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오수연이 한영미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한영미의 룸메이트였던 구소진과 대화를 나누다
징벌방인 거울방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전라의 상태로 거울방에 들어가 음식도 먹을 수 없고 거울 속의 비친 자신의 모습만 봐야 하는 끔찍한
곳.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에서 학생들은 결국 자신이 하지 않은 사실까지 자백할 수밖에 없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지만, 왠지 오수연은
여러 가지 이유로 거울방 공개를 꺼린다. 결국 이상과 구보는 둘이서 수사를 진행하는 와중에, 덫에 걸리게 되는데...
장편인지라 호흡이
길다. 개인적으로 짧은 사건으로 이루어진 단편을 좋아하는데, 마지막 정리가 되는 작품이어서 그런지 1권보다 더한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상의 전직이었던 건축기사 또한 작 중에서 큰 단서를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역시 사건을 풀어나가는 이상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은 구보지만 역시나 콤비는 콤비다.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찍는 장면이나, 앞의 권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등장하기에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차례대로 읽는다면 반가움과 흥미, 그리고 긴장감의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미 결론을 본 상태지만, 2.3.4권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역추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