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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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커스단 같은 특이한 표지의 책이 등장했다. 작가의 이름이 익숙해서 봤더니 『어느 작은 도시의 유쾌한 촌극』의 작가 스티븐 리콕이었다. 사실 우리 문화권에서 빵빵 터지는 유머는 아니지만, 상황을 만나게 되면 피식 웃음이 나오는 상황들이 담겨있는 소설을 쓴 작가라는 기억이 있다. 전작과 비교해서 다른 점이라면, 난센스 노벨은 단막이라는 사실이다. 짧은 단편 8편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유머와 웃음은 공통이라지만, 좀 더 빵 터지는 유머를 만나려면 문화권이나 언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작이 풍자적 웃음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편은 자연스러운 상황이 주는 유머가 담겨있었던 것 같다.

  북미식 유머라는 게 어떤 것일까 은근 궁금하기도 했다. 뭐라고 딱히 정의하기 쉽지 않지만... 상황이나 말로 표현하는 약간의 하이 코미디 같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8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두 편 있었는데,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은 7번째 등장한 캐롤라인과 불사조 아기의 크리스마스라는 작품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정도 앞두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벌어지는 상황들이 솔직히 아귀가 맞을 것 같다는(미리 짐작이 가능한)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였다.

  두 아들을 키웠던 존 엔더비 가족은 조만간 집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큰 아들은 백만 달러를 벌기 위해 집을 떠났고(돈을 벌어야 돌아오겠다고 함), 둘째 아들은 현재 교도소에 있다. 그들의 재산을 잠식해 가는 큰 회사의 횡포 앞에서 그들은 무엇 하나 할 수가 없다. 어려운 살림에도,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쫓겨나기 반나절 전, 눈 내리는 밤에 누군가 이들을 찾아온다. 문을 열어보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힘든 상황에도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아들의 방을 내어주는 부부. 조금 더 있으니 이번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젊은 엄마가 찾아왔다. 아이와 머무를 곳을 찾던 그녀에게 이들 부부는 방을 또 내준다. 아이 엄마의 상황도 기구했다. 남편은 교도소에 있고, 아이를 버리려고 이곳저곳에 두고 오지만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매번 아이는 엄마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찾아온 둘째 아들! 교도소에서 나온 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아들의 방은 먼저 온 이름 모를 남자에게 줘 버린 후다. 그 방에 머무는 남자의 뒷모습을 본 둘째 아들은, 길에서 만난 그 남자가 엄청난 돈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부모의 사연을 들은 둘째 아들은 돈 많은 사내를 죽이고, 그 돈으로 빚을 갚을 계획을 세우는데...

과연 그들은 계획대로 집을 지킬 수 있을까?

 소설 속 생각지 못한 반전이 은근 쏠쏠하게 담겨있다. 물론 예상 가능한 반전도 있지만, 허를 찌르는 반전도 담겨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북미식 유머를 만나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그들은 이런 유머를 좋아하는구나!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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