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지리 시간 발칸반도라는 이름은 들어봤지만, 딱히 어느 나라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와 두브로브니크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분히 그 프로그램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티브이에 방영된 모습을 보고 나 역시 한번 가봤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단지 멋진 풍경을 실제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도 다분히 두브로브니크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다. 거기에 아주 오래된 교회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였겠지만...

책을 첫 페이지를 넘기며 지금의 아름다운 풍경 너머 발칸반도가 가진 아픔이 자세히 소개되었다. 너무 어렸을 때라서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나라의 이름은 기억 한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엄청난 전쟁들의 이야기와 기억 말이다. 지금은 참 평화로운 나라들로 보이지만, 당시의 엄청난 유혈 전쟁은 여전히 지금도 곳곳에서 흔적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첫 번째 등장한 두브로브니크를 비롯하여 머리말에서 이야기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뿐 아니라 여전히 진한 기억에 남아있는 사라예보와 보스니아 그리고 자그레브까지 읽다 보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마치 한 곳 한곳을 깊게 여행하는 듯한 기분과 사진이 함께 실려있으니 더욱 집중하여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동서방교회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테마이기에 그 부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여행지 속의 담겨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부담감이나 어려움이 덜했다. 첫 소절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의 코로나19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그 옛날 그곳(두브로브니크)에서도 펼쳐졌다는 사실과 함께 검역, 격리를 뜻하는 단어가 바로 이곳에서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동서방교회의 역사와 함께 그곳의 이야기, 그 사라들의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왠지 모를 여러 감정이 생겼다 사라졌다 했다.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상처와 아픔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편안한 여행지만의 느낌으로 바라볼 수는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못한 상처들은 현재 진행 중인 것 같다. 종교적 색채를 띄고 있는 책이지만 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읽기에도 부담은 적어 보인다. 지극히 종교적인 이야기로 책을 가득 채우고 있기보다는 그곳의 문화와 역사의 이야기 등으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두브로브니크 때문에 선택한 책이지만, 사라예보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알듯이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건에만 집중해서 알다 보니 그 속내를 몰랐는데, 그런 사전 지식들이 담겨있어서 읽는 내내 도움이 되었다. 어느 쪽 입장에서 읽느냐에 따라 사건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마련이겠지만, 객관화된 사실과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함께 보니 또 다른 맛이 있었다.

그렇기에 오래된 시간, 발칸 유럽은 단지 여행기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움이 큰 책일 것이다. 순례나 여행 에세이의 성격도 담겨있긴 하지만 역사를 빼고는 논할 수 없는 지역이기에 가볍게 읽기보다는 문화와 정치, 역사 등의 눈을 아우르면서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멋진 풍경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사실이니 말이다. 예전과 같은 가벼운 생각으로 발칸 유럽을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왠지 모르게 속내를 털어놓은 친구 같은 기분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얻게 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