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인물들을 토대로 새롭게 펼쳐지는 미스터리한 소설이 벌써 네 번째 등장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한 작가가 된 고바야시 야쓰미의 죽이기
시리즈의 네 번째 주인공은 네버랜드 피터 팬의 친구인 팅커벨이다. 어린 시절 만났던 피터 팬과 팅커벨은 참 친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웬디를
제외하곤 불친절+위험해졌다. 어른이 되지 않는 피터 팬과 팅커벨 아닐까? 꼭 만사가 불만투성이인, 사회 부적격자(?)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자기보다 똑똑하거나 자기 의견에 반대하면 칼을 겨누는 독불장군 같은 피터 팬 덕분에 첫 부분부터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아이들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고, 자신이 모르는 뜻을 알고 있는 아이는 없애려 하는 모습은 그동안 피터 팬이 무슨 일을 겪어온 것일까 하는 의심을 도출해내기 딱 알맞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인 팅커벨 역시 별반 다르진 않다. 피터에 비해 존재감이 적긴 하지만, 웬디에게 왠지 모를 반감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모습은
우리가 알던 팅크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드니 말이다.(팅커벨과 웬디가 경쟁관계? 라이벌로 등장하기에 웬디의 등장이 절대로 반갑지
않아서이지만...)
전 편부터 읽어온
독자라면 아마 반가운 인물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도마뱀 빌 말이다. 역시 이번에도 등장하는 빌은 참 생명력이 강하다. 죽이기 시리즈의
한 가지 특이한 장치라면 등장인물과 현실 세계의 아바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역시 이번에도 빌의 아바타라인 이모리가 등장한다. 둘은 연결되어
있기에, 둘 중 하나의 존재가 죽으면 다른 쪽 존재도 소멸하거나 죽게 된다. 네버랜드를 향한 여행과 이모리의 초등학교 동창회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며, 이모리는 자신의 동창들 중에 네버랜드에 있는 인물들의 아바타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네버랜드의 첫 번째 희생자인 8번
랄프는 후크선장의 후계자(?) 스미 선장과 피터 팬의 싸움에서 희생당한다. 그리고 현실의 아바타라인 이모리의 동창 야기하시 또한 급작스럽게 피를
토하고 쓰러진다.
한편 웬디가 돌아온 게
못마땅한 팅크. 피터는 둘 사이만 알고 있는 이야기를 웬디에게 전할까 불안하다. 처음부터 피터는 팅크가 못미더웠다. 그리고 팅크는 시끄럽기만
하지 자기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는 벌레와 비슷한 요정이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결국 피터는 팅크에게 여러 차례 위해를 가하게
되는데...
예상과 달리 네버랜드는
결코 아이들의 나라가 아니다. 꿈과 환상의 나라도 아니다. 잔인하고 죽이고 죽이는 이야기만 가득 담겨있을 뿐이다. 살인을 한 범인을 찾는 것도
한몫을 했던 전 작과 달리 예상보다 빨리 팅커벨을 죽인 범인이 등장한다. 무엇을 찾아가라는 이야기일까 허무할 틈도 없이 웬디와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첫 장에 등장한 그 한마디가 사실일 줄이야...!
"난 죽인 놈들은
잊어버리거든."
피터는 자신이 팅크를
죽였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팅커벨조차 기억에서 사라져 버린다. 진짜 피터 팬이 팅커벨을 죽인 범인이 확실할까? 왠지 모를 의심은
반전이 되어 돌아온다. 죽은 줄 알았던 후크도 등장하는 걸 보면... 역시 추리소설의 맛은 반전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원전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다 보니 내가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피터 팬이 원래 이렇다는 사실에 잠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다. 아이를 위해서도 동심은 지켜줘야겠다.
원전의 피터 팬 이야기는 마음속에 품는 걸로...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