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누구에게나 죽음은 공평하지만, 그 죽음의 때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그리고 죽음이 언제 내 앞에 다가올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죽음 앞에서 전하지 못한 말에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정리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기도 한다. 죽음의 세계에 진입에 앞서 구미호 서호는 이민석과 왕도영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49일의 시간을 이승에서 보낼
수 있게 해주는 대신, 자신에게 뜨거운 피 한 잔을 달라는 것이었다. 전하지 못하고, 마무리하지 못한 이야기 때문에 답답해하던 이민석은 서호의
제안에 바로 승낙을 한다. 그리고 같은 동네에서 비슷하게 죽은 15살의 도영에게도 함께 하기를 종용한다. 삶에 대한 의지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전하고 싶은 말도 없던 도영은 서호의 제안이 내키지는 않지만 민석의 종용 덕분에 결국 승낙을 하게 된다.
그 둘에게 남겨진 시간은
49일. 하지만 서호의 제안은 뭔가 이상하다. 49일 동안 자신이 준 공간 밖으로 나가서는 안되고, 죽기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민석이 원하던 식당은 할 수 있도록 가게를 차려준 서호. 이승에 다시 돌아온 민석과 도영은 생전과 다른 얼굴과 몸에 당황하지만, 결국
목표를 위해 식당 일을 시작한다. 생전 유명한 호텔 셰프였던 민석은 식당에 있는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특히 그중 크림
말랑이라는 요리는 압권이었다. 민석은 크림 말랑을 전면에 내세워 누군가를 만나고자 한다. 하지만 가게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처지이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시간에 초조해진 민석은 서호와의 약속을 어기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돌아오게 되고,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된다. 한편, 구미호 식당과 메뉴
크림 말랑으로 입소문을 탄 식당은 정신없이 바빠진다. 그 와중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온 존 왕. 그는 사실 도영의 친형이자, 도영을 죽기 전까지
괴롭혔던 생 양아치 왕도수였다. 물론 겉모습이 다른 도영을 알아보지 못한 도수. 그렇게 도영과 도수는 같은 가게에서 일하게 된다.
민석은 돈을 버는 것보다,
크림 말랑이라는 메뉴가 빨리 퍼져나가길 바란다. 마치 그 메뉴를 들은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도수의 SNS 홍보를 통해 점점 크림
말랑을 먹고자 하는 손님들은 많아진다. 도수의 SNS 이벤트(크림 말랑의 재료 맞추기)에 상금 300만 원을 걸었지만, 민석이 찾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정답을 맞힌 사람이 나타난다. 과연 그는 민석이 그동안 찾던 사람이 맞을까?
한편, 평소 알바는커녕
할머니의 쌈짓돈과 동생의 코 묻은 돈까지 뺏어가던 도수는 웬일인지 자꾸 알바비 욕심을 낸다. 도영이 수찬의 가게 스쿠터를 타고 가다 사고로 죽던
날, 도영을 구박하던 할머니는 그 소식을 듣고 쓰러진다. 도영의 사망 이후, 할머니는 점점 기력을 잃고 급기야 큰 수술까지 받게 된다. 그런
할머니 치료비를 위해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도영. 할머니 병원으로 찾아가게 되는데...
중간계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곁들여진 소설 속에 들어가다 보면, 상처 입은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구박과 욕 속에 살아 가족에 대한 상처가 가득한 도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요리를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녀의 배신(?)에 큰 상처를 받고 그녀를 찾아 나선 민석. 속 마음은 안 그렇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할머니와 도영. 친구지만 서로 지켜보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했던 수찬. 너무 사랑했지만 자신을 의심하고 신뢰를 저버린
남자를 떠나고 싶은 지영... 이들의 모습이 서로 겹쳐지면서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작은 오해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상처를 통해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