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합시다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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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를 무지하게 괴롭혔던 혹은 내게 큰 상처를 주었던 누군가를 다시 만난다면 어떨까? 과연 나는 그때 그 앙갚음을 할 수 있을까?

요즘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가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미담보다는 상처 주고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위 학폭이나 일진이었던 불미스러운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보다는 모르쇠나 거짓말로 일관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당사자는 연예계 생활의 치명타라고 생각하여 그런 액션을 취하겠지만, 과연 수십 년 동안 그 상처를 오롯이 가슴에 새긴 피해자는 과연 같은 생각일까?

나 역시 학창 시절 소위 왕따를 당한 기억이 있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 일은 꽤 오래 트라우마로 남아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부정적인 자아관을 가지게 만들기도 했다. 복수를 합시다의 주인공 병진처럼 나 역시 상상 속의 복수를 생각했던 기억 또한 있었으니 그 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중소 포털사이트 게시판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병진. 요즘 그와 그의 팀이 하는 일은 사연을 주작하는 일이다. 있음 직한 일을 조금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포털사이트에 올리는 것. 물론 주작의 냄새를 풍기지 않아야 하기에 생각보다 창작의 고통은 크다. 거기다 꼰대 중 상꼰대이자 갑질 전문가 사장 덕분에 회사 생활은 너무 고통스럽다.

직장을 잃게 되었을 때, 펼쳐질 비관적인 매트릭스에 대한 공포는

부조리한 일상을 초인적인 인내로 견디게 한다.

정의를 위한 내부고발 같은 건 이 매트릭스의 공포를 이겨냈을 때나

가능한 얘기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 갑질의 폭력과 두려움에 길들여지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어느새 폭력과 두려움 역시 하나의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러던 병진은 고통스러운 옛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일명 "놈"인 그의 정체는 고등학교 시절 자신을 왕따이자 일진에서 떨어져 나가게 만든 장본인이다. 덕분의 병진의 고등학교 생활은 참 고통스럽고 끔찍했다. 일진파의 대장인 모기. 병진 역시 모기와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고 소위 어울리는 패거리 중 하나였다. 근데 놈이 나타난다. 놈은 모기의 눈에 들기 위해 병진과 모기 사이를 교묘한 이야기로 이간질 시켰다. 결국 모기에게 크게 당하고 왕따가 된 병진. 그런 "놈"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놈은 가구 판매점에서 일했다. 병진은 놈을 알아봤다. 그리고 놈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놈의 가게에서 구매한 침대의 꼬투리를 잡아 교환을 요청한다. 놈은 병진을 보고 어디서 많이 봤다 싶어 했지만 병진은 모른 척한다. 병진이 또다시 침대 교환을 요청하고 놈은 빈손으로 병진을 찾아온다. 바로 병진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병진의 삶에 다시금 고통이 시작된다. 여전한 놈은 병진의 과거 굴욕 사진을 핑계로 이런저런 방법으로 병진을 괴롭힌다.

괴로워진 병진은 자신의 사연을 익명으로 게시판에 올리게 되고, 그런 병진에게 복수에 대한 연락이 오는데...

과연 병진은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책 속에는 여러 모습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등장한다. 그들이 복수를 꿈꾸는 대상과 사건도 각자 다르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복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복수 전단계에서 회복 아닌 회복의 감정들은 느낀다. 서로 공감하고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여전히 나는 그때 나를 괴롭혔던 그 아이들이 종종 생각나곤 한다.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을 그 애들 말이다. 그리고 여전히 상상 속 복수를 꿈꾼다. 남에게 준 상처는 언젠가 어떤 방법으로든 갚게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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